[직설 인터뷰]김은중 감독②"현역이었다면 아스널에서 뛰고파…손흥민 영입하면 난리 나겠죠"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두 대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을 해낸 U-20 축구대표팀은 많은 환영을 받았다. 시도민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구단주로부터 격려 인사를 받았고 많은 행사에 이름을 올렸다.
'샤프' 김은중(44) 감독도 바쁘게 돌아다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식사 자리를 하며 격려도 받고 많은 언론사 인터뷰에도 응했다. 그러면서도 K리그 경기도 관전하는 등 흐름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지난 20일 대전월드컵컵경기장에서 열린 A대표팀과 엘살바로드의 6월 두 번째 A매치도 관전했다. U-20 대표팀 제자들이 모두 모여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4강에 대한 성과물을 인정받는 자리였다.
현역 시절 유럽 진출 가능했다면 뛰고 싶은 팀은 '아스널'
엘살바도르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4경기를 치렀고 특히 이번 페루, 엘살바도르전은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선발해 출발하는 경기였다.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김 감독은 A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자제했다. 대신 자신이 현역 시절 뛰었던 공격수라는 포지션에 초점을 맞췄다. K리그에서 1, 2부리그 합쳐 444경기에 나서 123골 56도움을 기록했던 김 감독이다. 2014년 K리그2(2부리그)에 있던 대전 시티즌 시절을 빼도 120골에 55도움으로 소위 50(골)-50(도움) 클럽 가입자다.
4강 성과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나폴리) 등으로부터 축하 문자를 많이 받았다는 김 감독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 합작에 김학범 감독을 코치로 보좌했던 김 감독이라 선수들과 끈끈함이 있다.
만능 공격수 손흥민은 김 감독에게도 연구 대상이다. 많은 지도자가 평가하지만, 같은 공격수 출신으로 김 감독의 시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아무래도 확실한 무기는 왼발, 오른발을 다 사용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손흥민을 막는 데 있어서 정말 어려워요. 한쪽 주발을 사용하면 전략적으로 반대쪽으로 약간 방향을 설정해서 수비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손)흥민이 같은 경우는 왼쪽, 오른쪽으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다 보면 수비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수비수들도 손흥민의 양발 사용을 어려움으로 꼽는다. 김 감독은 노력을 비결로 꼽았다.
"슈팅 정확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가장 막기 힘든 공격수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현역 시절 감아 차고 이런 부분에 많이 노력하고 자신도 있었지만. (손)흥민이 같은 경우는 왼발, 오른발이 워낙 정확하니까요. 타고난 것보다도 노력의 결과죠. 슈팅은 슈팅 감이 좋은 부분도 있지만, 반복 훈련에서 나오는 게 더 크거든요.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느 위치에서도 슈팅 기회가 있을 때 그냥 감으로 때리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만약 김 감독이 현역이고 유럽 진출의 문이 열려 있다면 어느 팀에서 손흥민과 맞대결을 할까. 또는 함께 뛸 수 있을까. 김 감독은 토트넘 홋스퍼의 북런던 라이벌인 아스널을 1순위로 꼽았다. 이유도 확실했다.
"아스널에서 뛰고 싶죠. 과거 아르센 뱅거 감독이 있을 때부터 좋 했어요. FC바르셀로나 이런 팀은 티키타카로 패스만 하잖아요. 아스널의 경우 패스로 경기를 풀지만, 때로는 정말 빠른 공격과 역동적인 스피드가 있어요. 확실한 팀 색깔이 있는 부분도 있어서 아스널을 좋아해요."
'캠틴'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국민적인 팀으로 자리 잡은 토트넘 팬들의 압박을 받지 않을까. 김 감독은 적어도 과거의 아스널은 토트넘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고 이번 시즌 2위로 마감한 것도 확실한 팀 색깔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아스널, 맨시티에 역전 우승 내준 이유는 '스트라이커 차이'
그렇다면, 가정으로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 막판 맨체스터 시티에 역전을 허용하며 2위로 미끄러진 아스널에 현역인 김 감독이 뛰었다면 어땠을까.
"이번 시즌 아스널이 우승하지 못했던 것은 중앙 공격수(스트라이커)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트라이커 유무의 차이예요. 스트라이커는 어느 위치에서든 득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거든요. 그 부분이 팀 승패를 좌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토트넘 보세요. 공격 자원은 리그 상위권이잖아요. 흥민이나 해리 케인이 있으니까요. 다만, 수비진에서는 세계적인 선수가 없어요. 무게감 있는 수비진이 있다면 단번에 우승권으로 가지 않을까요."
한 시즌에 몇 골이나 넣어야 우승권으로 견인할 수 있을까.
"아스널 정도라면 20골 정도는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우승권을 바라보는 팀이죠.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축구도 유심히 보고 있지만, 뱅거 감독이 했던 축구가 조금 더 속도감이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 자기 색깔과 가진 철학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지, 싶어요. 물론 아르테타 감독도 확실한 철학과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유심히 보고 있어요."
만약 지금 김 감독에게 유럽 클럽팀을 지휘할 기회가 있다면, 그래도 그는 아스널을 꼽았다.
"런던에 여행 가서도 아스널-첼시전을 관전했었고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어요. 꿈이지만, 아스널을 맡고 제 마음대로 선수를 구성한다면 옐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부터 영입하고 그다음에 (김)민재를 데려와서 수비진에 세울 겁니다. (손)흥민이도 영입하면 좋지만, 난리가 나지 않을까요."
공격수 입장에서는 골 넣었어도 수비진 실수로 실점해 이길 경기를 놓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이라는 토탈 사커가 통하는 시기가 있었고 패스 중심의 축구가 세계를 지배하기도 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부분이라 한두 명의 선수 가지고 팀이 우승한다는 것은 쉽지 않죠. 타 종목에서는 한두 명의 선수도 만으로도 가능한 부분이 있잖아요. 농구 같은 경우 예전에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마이클 조던이 있고 없고 차이에서 시카고 불스의 우승 여부가 결정됐지만,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그렇다면,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득점 가능한 위치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스트라이커는 기본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예측하고 반응하고 미리 생각해서 어떤 위치로 가서 득점을 하려고 하는 그런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위치 선정 하나에 득점할 수도 있고 유효 슈팅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또 저로 인해 우리 편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그 능력이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맨시티가 그렇잖아요. 홀란드가 주득점원이지만, 주변에 있는 선수도 득점을 많이 하잖아요."
물론 현대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는 득점도 잘해야 하지만, 세트피스에서의 킥 능력에 때로는 플레이메이커처럼 날카로운 패스도 보여야 한다. 공중볼 경합 능력도 뛰어나야 하는, 한마디로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김 감독의 관점은 명확했다.
"스트라이커가 헤더도 잘하고 다른 능력도 중요하지만, 득점 능력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홀란드, 케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그렇잖아요. 케인이 프리킥도 차고 그렇지만, 그것은 옵션이죠. 중요한 것은 득점 능력입니다."
황의조-조규성-오현규-이영준…개성 넘치는 공격수 많아 흥미 진진
그렇다면, 제자 이영준(김천 상무)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A대표팀의 개성 넘치는 오현규, 조규성, 황의조부터 이겨내야 한다. 이들 세 명의 공격수를 본 김 감독의 느낌은 어떨까.
"(이)영준이도 차세대 공격수로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물론 오현규도 유럽에 진출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 한 선수이지 않나 싶어요. (오)현규나 (조)규성이 두 명 모두 (황)의조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한국 스트라이커가 아닐까. 이제 이영준까지 포함하면 좋죠. 사실 최근 (황_의조 말고는 스트라이커가 많이 없었잖아요. 지금은 단번에 4명의 선수가 있으니 어쨌든 경쟁에서 이겨낸다고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1번 스트라이커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개별 평가는 신중했지만, 공격수로 응원하는 마음은 같았다.
"(황)의조는 원래 소속팀이 노팅엄 포레스트니까 돌아가잖아요. 공격수는 유럽에서 피지컬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봐요. 상대 중앙 공격수가 모든 팀에서 가장 피지컬이 좋잖아요. 그들과 부딪히고 싸우는 것이 많이 버겁겠지만, 지롱댕 보르도에서 좋은 시즌을 보냈으니 잘 적응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골 넣는 감각도 있고요. 오현규도 많이 발전했고 대표팀에서 골을 못 넣어도 의지 있고 욕심 있는 모습도 보여주더라고요. 다음 시즌은 새 감독 체제잖아요. 경쟁해야 하지만. 잠재성은 엄청나게 큰 것 같아요. 경기를 보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골을 넣기 위한 강한 집념이 보여요. 계속 경기 출전하고 경험을 쌓는다고 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유럽파로 경험이 있는 황의조, 오현규와 달리 조규성은 월드컵이 낳은 스타로 잠재력을 보여줬다. 조규성도 유럽행 의지가 강하다.
"새로운 팀에 가도 본인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 아니잖아요. 유럽에 진출하면 국내에서보다도 더 큰 노력과 도전, 인내심에 힘든 부분도 많아요. 잘 버텨내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죠. 출전을 못 하면 감을 많이 잊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경기 출전이 정말 중요해요.
경기 스타일이 서로 다른 공격수를 보는 것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나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일이다. 다양한 전술, 전략이 가능해 그렇다.
"본인들만의 색깔이 다르죠. 제가 보기에는 (황)의조가 그래도 경험이 있기에 경기 운영이나 득점을 위한 움직임은 노련한 것 같아요. (조)규성이나 (오)현규 같은 경우는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이런 피지컬, 활동량 등 에너지는 넘쳐요. A대표팀에 소집되면, 서로에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특히 의조의 슈팅 타이밍 등을요. 이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그 선수들이잖아요. 선배의 장점을 녹이기를요."
후배들 칭찬과 걱정, 조언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김은중을 설계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일단 U-20 월드컵부터 되돌아봐야 해요. (다음 계획은) 팀에 따라 좀 바뀔 것 같아요. 축구협회에 남아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팀을 맡게 된다고 하면, 그 대표팀만의 색깔을 준비하는 게 맞아요. 프로팀에 간다고 하면 프로팀에 맞는 팀 구성을 해야 하고요. (다시 연령별 대표팀을 맡을 자신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항상 도전이라는 것을 하고 있어요.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래도 (국민들께서) 월드컵에서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선수들이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지만,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해요. 경기를 뛰게 되면 격려와 응원,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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