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일한 기간 상관없이 '평생 복지' 해달라는 노조

이태성 기자 2023. 6. 2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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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특별채용자 규모는 9500명에 달하는데, 평생사원증 혜택을 이들에게까지 모두 늘려달라는 것이 노조 요구다.

지금도 25년간 현대차에서 일하면 그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인데,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몇 년을 일했든 정년만 지나면 수십년 간 차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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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모든 정년 퇴직자에게 2년마다 신차 25% 할인 혜택'을 확대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평생사원증' 혜택을 전체 퇴직자로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현대차에서는 매년 2500명 정도의 인원이 정년퇴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 일부는 불법파견 소송 등을 치르다 회사와 합의 후 현대차 정직원으로 채용돼 장기근속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특별채용자 규모는 9500명에 달하는데, 평생사원증 혜택을 이들에게까지 모두 늘려달라는 것이 노조 요구다.

현대차는 이를 들어줄 수 있을까.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세의 기대 여명은 평균 26년이다.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현대차 퇴직자는 평생사원증을 평균 26년간 사용할 수 있다. 지금도 25년간 현대차에서 일하면 그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인데,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몇 년을 일했든 정년만 지나면 수십년 간 차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평균 수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퇴직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10% 남짓이다. 25%의 할인은 사실상 차를 손해 보고 팔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이 복지 비용이 차량 구매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여론도 좋지 않다. 이를 계기로 현재 차값 상승의 원인이 현대차 노조에 있다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부담해야만 할 소비자들을 바보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현재의 비이성적 노동운동은 반드시 정상화돼야만 한다"고 했다.

여기에 퇴사자가 신규 입사자보다 많아지는 현 상황에서, 퇴사자에 대한 복지 강화는 또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재직자보다 퇴직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직원은 없다.

실제로 기아는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경우 평생동안 2년에 한 번 신차를 구매할 때 3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는데, 지난해 노사는 이 혜택을 75세까지로 제한하고 신차 구매 주기를 3년으로 늘리는 동시에 할인 폭은 25%로 낮추기로 했다. 사측이 반대급부를 제공했기 때문이지만, 평생직장 개념이 없는 젊은 직원들이 '퇴사자를 위한 복지를 늘릴게 아니라 당장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반발한 것도 영향이 컸다.

지금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수십년 동안 퇴직자에 대한 혜택을, 회사가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유지해달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회사가 고객과 젊은 조직원의 반발도 무시하라는 것과 같다. 노조의 주장을 현대차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GM은 퇴직한 직원과 그 가족의 생활과 의료까지 보장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했다가 경쟁력을 잃고 2009년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당시 GM은 자동차 1대당 1904달러(약 250만원)의 의료 비용을 부담했다고 한다. 현대차의 '평생 사원증'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현대차의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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