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하게 배구해, 부끄럽다" 고개 숙인 강소휘…선수 탓하는 감독에 반박도 못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안일하게 배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27일 경기도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 홈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3(22-25 18-25 26-24 15-25)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VNL에서 단 1승도 손에 넣지 못한 가운데, 홈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은 '배구여제' 김연경과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이후 국제대회 성적이 처참한 수준이다. VNL만 기준으로 놓는다면, 지난 2021년 3연패로 대회를 마친 뒤 지난해에도 12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이 흐름은 올해도 변�F 않았고, 한국은 27일 경기를 포함해 VNL 24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김다은이 블로킹 1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득점 19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주포' 강소휘가 2개의 서브에이스를 포함해 12점을 뽑아내며 김다은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으나, 팀의 승리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3세트를 손에 넣으며 체육관을 찾은 팬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준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
강소휘는 "연패가 길어져서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원에서 팬분들의 응원을 받고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오늘은 한 세트를 땄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두 세트도 따고 1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최근 거듭되는 국제대회 부진에 대해 감독의 문제인지, 선수들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사령탑은 "게임 전술에는 준비가 없다. 국제 대회 수준이라는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이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결과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수준의 퍼포먼스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잇따른 부진의 원인을 직접 꼽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돌렸다.
강소휘는 세자르 감독의 발언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신장 차이가 난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다른 나라 선수들은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데, 차이를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감독이 선수들의 기량을 탓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것이 여자 배구 대표팀의 현실이다. 강소휘는 "작년에는 멤버가 많이 교체된 상태에서 VNL을 치러서 아무것도 모르고 연패를 당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차이가 많이 나니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4강'이라는 신화를 썼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영광이다. 선수들도 VNL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는 중. 강소휘는 "국내 리그에서 안일하게 배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반성도 했다"며 "모든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고 배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실력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이번 VNL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소휘가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칠보체육관에서 진행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한국과 불가리아'의 경기에서 서브 득점을 하고 있다. 사진 = 수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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