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롯데를 흔드나? 위기에 배를 좌초시키려는 이들이 동행 자격 있나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6. 2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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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롯데 자이언츠를 흔들고 있을까. 위기에 배를 좌초시키려는 이들이 구성원과 동행할 자격이 있을까.

기회주의자들은 위기 때 활동을 시작한다. 내부의 위기와 갈등을 부풀려 외부로 전하고, 조직의 결속을 흔든다. 상황의 수습과 개선 보다는 익명 혹은 누군가의 뒤로 숨어 위기를 더 부풀리는 데 집중한다.

그 와중에 자신은 그 조직을 가장 위하는 이로 포장하곤 한다. 애초에 목적이 그렇다. 그리고 한바탕 폭풍우가 휩쓸고 간 이후 자연스럽게 새로운 역할을 꿰차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그들의 의도 자체나 관심이 배의 원만한 항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혼란을 틈타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태다. 바로 롯데가 6월 부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김없이 등장한 ‘위기설’을 조장하는 이들, 그리고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 과정이 외부로 알려질 때 등장한 이들이 보여준 모습들이다.

롯데는 27일 낮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종운 롯데 퓨쳐스 감독이 1군 수석 코치를 맡고, 기존의 수석 코치 및 타격 코치를 겸한 박흥식 코치는 타격 메인 코치에 집중하게 됐다.

김현욱 컨디셔닝 코치가 1군 투수 코치를 맡고 기존 배영수 1군 투수 메인 코치는 퓨쳐스 총괄 코치로 이동하여 퓨쳐스 선수단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또한 이날 라이언 롱 타격 보조 코치도 1군에서 말소됐다.

이 같은 변화 소식을 경기 전 롯데 구단 측에서 즉각 알리게 된 건 이보다 앞선 27일 오전 한 온라인 매체에서 ‘코칭스태프 항명 관련’ 기사를 보도한 영향이 컸다. 해당 매체는 ‘일부 코칭스태프가 현장에서 감독의 지시에 항명을 했고 이 과정을 선수들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후속 보도들을 통해 구체적인 코칭스태프 실명까지 언급됐기에 롯데도 적극 항변에 나섰다.

롯데 관계자는 “결코 항명은 아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간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과정에서 일부 의견이 다른 것은 있었을지 몰라도 극한 대립은 없었다”라고 항변하며 “팀 분위기가 떨어져 있는 만큼 쇄신 차원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갈등 상황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제 한 베테랑 코치와 감독간에 의견 충돌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계속된 상황에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보직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구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정에서 감독과 코칭스태프 간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가운데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갈등으로 일부 나타난 것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갈등이 있었던 상황에 대해선 긍정했다.

그렇지만 이 관계자는 “감독의 구상과 선수들의 생각,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견해, 코칭스태프와 감독간의 견해도 다 엇갈릴 수 있다”라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공동체다. 일방적으로 감독의 말을 무조건 따른다면 코칭스태프가 왜 필요하겠나. 보통 팀이 좋은 상황에 있으면 내부적으로 봉합되고 해소될 수 있는 일이 문제가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결국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일 뿐 원인은 없다”라며 외부로 알려진 ‘롯데 코칭스태프 항명 사건’의 실체는 결국 롯데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마찰들과 팀의 고민들, 그리고 롯데의 6월 부진을 다른 관점으로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다른 한 관계자는 “구단 내부에서 팀의 이익이나 방향성과는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내부 기밀들을 외부에 알리거나 내부 인물들을 공격해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이, 혹은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롯데가 4~5월 순항하고 있을 때는 잠잠하다가 6월 성적이 부진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조직을 흔드는 이들이 과연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개탄했다.

외국인 감독이 지도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성적마저 급전직하하면서 외부의 잣대나 시선도 더 냉정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속이 상하고 피가 마르는 이 상황을 누군가는 반가워 했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본질이 아닌 이야기들로 호수 자체를 흙탕물로 만드려는 이들이 수년간 암중에서 활동했고 보신을 위해 구단의 체질 개선을 막아왔다면 그 자체로 문제다.

수장은 이같은 외부로 불거진 ‘항명 의혹’에 대해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27일 경기 전 서튼 감독은 “분위기를 바뀌기 위해, 선수단에도 변화를 주고자 변경을 하게 됐다”라며 “아시다시피 6월 성적이 좋지 않다. 선수들의 부상도 있었다. 6월 올라가기 위해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바꿨다”라며 코칭스태프 엔트리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튼 감독은 “분명히 성장해야 될 부분이 있다. 공격, 불펜 파트에서 좋았던 부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성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1군과 퓨처스의 코칭스태프 변화는 결국 분위기 반등과 1군 경기력 개선을 위한 카드였다는 설명이다. 불화설에 대해서도 서튼 감독은 “문제는 없다. 좋은 하모니, 조화, 팀의 에너지가 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라며 거듭 ‘항명설’을 부인했다.

중요한 건 아직 롯데가 시즌을 불과 6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순위도 4위다. 2023 시즌 롯데의 성패를 말하기는 너무나 이른 시점이다. 현재의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인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의 화살부터 돌리는 건 너무나 성급한 행동이다.

전체 구성원들이 위기 속에서 내홍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데 누군가는 팀을 뿌리 채 흔들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롯데의 가을의 꿈을 막는 진정한 암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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