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커피와 춤을

관리자 2023. 6.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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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200원짜리야?" "잔말 말고 따라와라." 저녁 술자리 후 친구를 끌고 어딘가로 간다.

"오늘은 우아하게 커피숍에서 먹자." "여기 커피가 더 좋아. 값도 싸고." 불만으로 입 튀어나온 친구에게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내민다.

커피는 소통 수단으로서 단단히 한몫을 한다.

여기서 커피와 소통하는 비밀을 살짝 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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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담소 나누며 한잔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잔
바쁜 일상 속 소통의 ‘쉼표’
커피와 함께하는 산책길
향따라 맛따라 들썩들썩
나도 자연도 모두 춤추네

“또 1200원짜리야?” “잔말 말고 따라와라.” 저녁 술자리 후 친구를 끌고 어딘가로 간다. 편의점 앞이다. “오늘은 우아하게 커피숍에서 먹자.” “여기 커피가 더 좋아. 값도 싸고.” 불만으로 입 튀어나온 친구에게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내민다. “와, 맛있네. 향도 좋고.” “그렇다니까. 이 형아 말이 맞지?” 뾰로통했던 친구의 입가엔 금세 미소가 번진다.

언제부턴가 커피를 달고 산다. 밥 먹고 한잔, 회의 때 한잔, 나른한 오후에 한잔, 술 한잔 후 한잔. 매일매일 커피 한잔의 연속이다. 아마 우리네 삶에서 커피를 빼면 소위 앙꼬 없는 찐빵일 것이다. 그만큼 무료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점심때 보면 너도나도 커피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또 인근 커피숍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가히 커피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프랑스 551잔에 이어 세계 2위다. 세계 평균 161잔의 두배가 넘는다. 또 인구 100만명당 커피 전문점수는 한국이 1384개로 세계 1위다. 2위 일본(529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커피가 뭐길래 이렇게 많이 마실까? 맛도 맛이지만 아마도 커피가 주는 여유 때문일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시며 대화를 한다는 것, 커피 한잔 놓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커피와 멍 때린다는 것, 이 모두가 삶의 여유와 관련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쉬어 갈 수 있음을 뜻한다.

소통의 가치도 여유와 쉼에 있다. 쉬면서 비워내는 것이다. 비워서 삶의 여백을 갖는 것, 이것이 소통이다. 커피는 소통 수단으로서 단단히 한몫을 한다.

여기서 커피와 소통하는 비밀을 살짝 밝혀본다. 가능하면 편의점 커피를 마신다. 일단 가격이 싸다. 일반 커피숍에 비해 3000∼4000원 싸다. 아낀 돈은 모았다가 폐지 줍는 할아버지나 길가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에게 드린다. 힘내시라고 말씀드리면 온화한 미소로 답해주신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편의점 커피가 평소에 대화하기 힘든 분들과 연결시킨다. 한잔의 커피가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한다.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을 유심히 보며 즐긴다. 이제 막 갈려 나온 원두향을 콧구멍 깊숙이 빨아들인다. 고소하다 그럴까, 꽃향기가 나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향기가 또 있을까 싶다. 색깔은 또 어떤가? 그냥 고동색이라고 하기에는 좀 섭섭하다. 질 좋은 흙색 같기도 하고, 거품 품은 고동색 물감 같기도 하다. 아니 맑은 고동색이다. 그렇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동색을 본 적이 없다. 맑디맑은 고동색 위 커피 크레마. 눈이 호강한다.

이제는 혀가 호사를 누릴 차례다. 향과 색깔에서 맑은 기운을 얻어서일까? 맛도 맑다. 맑은 원두의 맛, 쌉싸름하다고 할까, 달콤하기까지 하다. 그냥 맑고 맛있다. 살아 있는 원두가 온 입안에서 춤춘다.

산책을 한다. 커피가 있어 발걸음이 신난다. 미각만 춤추는 것이 아니라 온몸이 춤춘다. 막춤이다. 경쾌한 발걸음에 얹인 몸이 커피 향과 맛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덩달아 주변의 나무와 풀들도 막춤을 춘다. 이곳저곳에 춤판이 벌어진다. 도로변 길가를 지나고, 작은 골목길을 지나, 동산 오솔길을 오르다가, 천변까지 진출한다. 이젠 물 위의 오리도, 물속의 물고기도 춤춘다. 이를 어쩌나. 춤추다 밤샐 것 같다. 밤새도록 서성일 것 같다. 모두 다 커피 때문이다. 커피와의 소통은 세상과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커피와 진하게 소통해보시라. 가끔 세상을 다 갖게 될 것이다.

저 멀리 편의점이 보인다. 한잔 더 할까?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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