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특산주, 전통주에서 분리해 별도 육성하자

통신판매 허용, 젊은층의 홈술 문화 등에 힘입어 전통주가 부활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0.3%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2021년에는 1%를 넘었다. 덩달아 최근에는 민속주·지역특산주뿐만 아니라 가양주·수제맥주 등도 인기몰이 중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대학가에선 수제 막걸리·맥주 주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전국 각지에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술을 빚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늘고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전북 군산시다. 보리 주산지인 군산시는 수제맥주의 가능성에 주목해 맥주 원료인 맥아(싹 틔운 보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양조장 개설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수제맥주 축제도 열어 올해 2회 때는 2만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누렸다. 이 정도면 지역을 대표하는 술 관련 문화로 인정하기에 손색없고, 특히 지역농산물 소비 및 산업 진흥에 기여하기에 시가 수제맥주의 특산화에 팔을 걷고 나선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군산의 수제맥주는 ‘지역특산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조방법이 ‘전승돼 오는 원리를 계승·발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주산업법상 전통주는 무형문화재·식품명인이 만든 ‘민속주’와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한 ‘지역특산주’로 나뉘며, 둘다 지정받으면 주세 경감, 제조자 직접판매 허용, 통신판매 허용 등 혜택이 따른다.

물론 전통 주조법에 없는 술을 전통주의 범주에 넣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글로컬(Glocal·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한 시대에 서양에서 유래한 술이라는 이유로 빗장을 걸어놓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전통주도 살리고 지역특산주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지역특산주를 분리하는 게 대안일 것이다. 지역특산주 분리는 한때 농림축산식품부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특산주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법적 정비를 서둘러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