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안보 교훈

관리자 2023. 6.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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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게 지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곡물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170.1로 급등해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장기화한 전쟁에도 우크라이나가 어느 정도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며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던 이유는 식량 자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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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게 지났다. 두 나라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은 세계곡물가격을 사상 최고치까지 올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곡물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170.1로 급등해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은 식량 수입국에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을 촉발했다. 이는 대한민국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2022년 소비자물가가 연간 5.1% 상승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입 의존이 큰 밀가루, 식용유, 외국산 쇠고기 가격이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2022년 농수산식품 수입액이 55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수출액은 120억달러로 전년 대비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농수산식품분야 무역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늘어난 435억달러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농업 생산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말 우크라이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6% 급등했다. 부문별로 보면 전시(戰時)에 중요한 식료품 가격이 34%, 교통요금이 4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수입에 의존하는 쌀 가격 상승률은 108%로 오름 폭이 컸고 자급 품목인 밀가루는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쟁의 여파로 2022년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량은 5400만t으로 전년 8600만t보다 37% 감소했다. 주곡인 밀 생산도 2070만t에서 1300만t으로 37% 줄었다. 우크라이나는 영화 ‘해바라기’의 촬영지로 세계 최대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이지만, 전쟁의 영향으로 해바라기씨 생산량이 1600만t에서 1100만t으로 31% 줄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무역도 위축시켰다. 전쟁 전인 2021년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은 277억달러, 농산물 수입은 77억달러에 불과해 농산물로 2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쟁 기간인 2022년 농산물 수출은 234억달러로 16% 감소했고, 수입도 66억달러로 줄어들어 농산물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 대비 16% 축소된 168억달러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장기화한 전쟁에도 우크라이나가 어느 정도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며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던 이유는 식량 자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전쟁 때 북한이 휴전 협상 테이블로 나온 것도 식량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당시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 장군은 공산주의자들을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압박 수단으로 저수지 폭격 작전을 전개한 바 있다. 이 작전은 1953년 5월13일 미 전투기 편대가 평양 부근 덕산저수지를 폭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많은 저수지 둑이 붕괴하면서 철도와 비행장이 유실되고 평양까지 보급로가 차단됐다. 북한은 모든 저수지의 물을 방류해야만 했다. 1953년 3월 스탈린의 사망으로 소련의 지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5월 식량 생산 기반까지 막대한 피해를 보자 북한은 협상장으로 돌아왔다. 식량 문제가 휴전 협정을 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과 한국전쟁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전시에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고, 전쟁을 이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식인 쌀의 자급 기반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에서 교훈을 얻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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