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설전 與 "사교육 이권 카르텔" vs 野 "尹, 교육법 무시"
'킬러 문항 배제' 방침 두고 여야 난타전
교육부 "대통령 지시 교육부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대학 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등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두고 27일 여야가 충돌했다. 야당은 "수능을 150여 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교육계가 초토화됐다"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즉흥적 발언'이었는지 추궁했다. 여당은 "'공교육 정상화' 원칙에 입각한 발언"이라며 두둔했다. 교육부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교육부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야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태가 수험생과 학부모의 공분을 사게 된 이유는 수능을 5개월 남짓 남긴 시기에 대통령이 느닷없이 발언했기 때문"이라고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국민은 윤 대통령이 출제 지침을 지시했다고 받아들인다"면서 '수능 출제를 위해선 4년 전에 입시전형을 예고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 제34조 5항을 언급하며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가 무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수능 메시지를 직접 낸 것이 적절하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영어 난이도는 이 장관이 (과거) 장관으로 재임했던 이명박 정부 때 가장 높았다"면서 "이 전 대통령-이 장관-영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있었는지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킬러 문항 배제가 사교육비 절감의 근본 대책이 된다는 점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지난 19일 당정이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를 결정한 점을 꼬집었다.야당은 교육부가 해명한 '윤 대통령의 3월 지시'의 진위를 캐물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교육 관련 지시사항은 최초 등록된 게 지난해 6월 7일 '반도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이라며 "이후 올해 6월 5일까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지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3월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킬러 문항 관련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이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거나 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갑툭튀' 발언으로 대혼란을 초래해 놓고 사과는커녕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에도 '킬러 문항'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국정 과제에도 이 문제와 관련된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며 "(윤 대통령이) 갑자기 계시를 받았냐"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3대 교육개혁 과제 대통령 업무보고' 속에도 킬러 문항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3월에 무슨 지시를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유 의원은 전날(26일) 교육부가 공개한 킬러 문항에 대해서도 "정답율도 공개 않고 전체 성적분포 없이 문제 22개만 내놓으면 시험 본 지 오래된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수험생들은 더 혼란에 빠져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지목한 점을 두고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4일 사교육 업체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고 같은 달 10일 완화된 사교육 대책이 발표됐었다"면서 "오히려 이 장관과 사교육업계의 '이권 카르텔'이 형성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공교육 범위를 벗어난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형성됐다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제대로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킬러 문항 배제로) 공교육 경쟁력 회복,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추구할 수 있다"면서 "사교육비는 주거비와 함께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평가원장이 '불수능', '킬러 문항'에 대해서 사과했던 것 기억하냐"며 "경제적 지위와 배경 차이로 교육 기회균등, 질적 균등 문제를 해친다. 불공정 수능은 과도한 사교육비가 만드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 사교육비가 폭등했다. 사교육을 방치하고 공교육을 죽인 결과"라며 "언론 보도를 보면 반미를 외쳤던 운동권 출신들이 학원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 이에 문재인 정부가 사교육시장을 손대지 못했던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옹호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킬러 문항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킬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킬러 문항이 40만 명의 수험생을 기만하고 있고, 배운 데서 평가하는 게 상식이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킬러 문항은 결국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끌어내서 고가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만들고 결국 학부모의 등록을 휘게 만드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를 풀도록 강요해 사교육을 조장하는 구조를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통령께서 3월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수능에서의 공정성을 강조했다"면서 윤 대통령을 감쌌다. 그는 "이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강조했음에도 교육부가 제대로 실천 못 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했냐'는 야당의 공세에는 "적절했다"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주장에 대해서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은 중대한 범죄"라며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위는 이날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교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이른바 '정순신 방지법(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가 소집되면 교육장이 가해자와 피해자, 보호자에게 회의 결과를 통보하도록 한다. 가해자에 대한 교육장의 징계 조치가 늦어질 경우 피해자가 이를 교육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감은 지체 없이 사실 여부를 확인 조사해야 한다. 여야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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