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은순, 동업자 몫 뺏으려 비밀약정" 법정 증언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2023. 6. 28.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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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택 사건과 法기술자들①]
최씨 지인 "동업자 정씨 잇달아 고소하고 이익 나누자는 내용"
비밀약정대로 동업자 정씨 줄고소…고소 과정서 문서 '품앗이'
최씨와 모의 정황 전씨 "최씨와 최측근이 찾아와 문서 써줬다"
정씨 주장 부합한 증인 7명인데…담당 판사 "판결 얘기 않겠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얽힌 사건 중 하나인 '정대택 사건'은 20년이 된 지금도 진행형이다. 검찰은 최근 정씨를 무고 혐의로 5번째 기소했다. 정씨는 사건에 검찰 고위 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는 객관적 자료와 사실을 통해 이 사건을 심도있게 검증해봤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최은순, 동업자 몫 뺏으려 비밀약정" 법정 증언
(계속)

윤석열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가 동업자 정대택씨를 강요죄로 고소한 사건의 1심 재판에서 "최씨가 정씨 몫을 빼앗기 위한 이중 비밀약정을 맺었다"는  증언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가 자신의 최측근을 포함해 다른 2명과 짜고 계획적으로 정씨를 고소하는 내용이 비밀약정의 핵심이다. 정씨에게 돌아갈 사업이익을 자기들끼리 나누려 한 것이다. 실제로 정씨를 타깃으로 한 줄소송이 이뤄졌고, 세 사람이 모의한 정황도 발견됐다.

1심 재판에서는 이 증언을 포함해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이 7건이나 나왔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4년 9월 6일 최씨의 지인인 이모씨①는 최씨와 정씨가 동업한 서울 송파구 오금동 스포츠센터 근저당채권 매입 사업과 관련해 증인으로 법정에 나섰다.

최씨와 정씨는 부도난 스포츠센터 근저당채권을 매입한 후 스포츠센터가 경매로 팔리면 배당을 요구해 이익을 내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익을 반반씩 나누기로 한 약정서를 놓고 소송을 벌이던 중이었다.

정씨가 내용증명을 보내 은행 대출을 방해했고, 이 때문에 잔금을 못 치르면 계약금 10억원을 떼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정씨가 약정서를 강요했다는 게 최씨 주장이다.

반면 최씨가 이익을 독식하려고 혼자 대출을 받으려 해서 내용증명을 보낸 것뿐이며, 애초 약속대로 50대50으로 이익을 나누는 약정서를 맺었다고 정씨는 반박했다.

1심 증인으로 나온 이씨①는 사망한 최씨의 전 남편과 오랜 지인이다. 최씨와도 오빠, 동생으로 부르며 가깝게 지내왔던 사이라고 한다. 최씨와 그의 최측근인 김씨를 소개해준 게 본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이 사업상 만났다가 사실혼 관계로 이어졌다는 게 이씨①의 얘기다.


"최씨, 다른 사람들과 '비밀약정' 체결"…정씨 배제


이씨①가 최씨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은 건 지난 2003년 12월초. 최씨는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하기 3주 전에 이씨①를 서울의 한 식당으로 불러냈다.
법정 증언과 공증된 자술서를 통해 재구성한 대화 내용
최 : 정대택에게 약정서대로 50%를 주면 나는 남는 것도 없다.
이 : 왜 그런가?
최 : (멈칫멈칫하더니) "이년이 욕심을 부려 주변의 꼬임에 넘어갔다. 건물에 욕심이 나서 정대택이보다 건물주인 전모씨와 남은 일을 하면 쉬울 것 같아 별도의 이중 약정이 됐다.

그가 본 비밀약정은 최씨 60%, 김모씨 20%, 전씨 20%씩 배분한다는 내용이다. 구의원을 지낸 전씨는 부친으로부터 스포츠센터를 상속받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부도를 맞았다.

이씨①가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세 사람이 정씨를 동시다발적으로 고소하고, 김씨는 검찰 고위층에 청탁해 정씨를 구속시킨다는 시나리오를 접하고서다.

최씨는 불안에 떨면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 오라버니가 해결해달라"고 애원했다. 이씨①는 3명의 서명 날인과 공증까지 돼있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법정 증언과 공증된 자술서를 통해 재구성한 대화 내용
이 :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 안 보고 못 들은 것으로 할 것이다. 빨리 합의를 하라.
최 : 오늘도 전씨로부터 약정금으로 1차로 배당받은 돈 중 6억원을 당장 내놓으라는 시달림을 받고 있다.
이 : 왜 6억원을 전씨에게 주어야 하는가?
최 : 전씨는 자기 증인이 맡은 일을 다했으니 내놓으라 한다.

이 자리에서 최씨는 6억원을 독촉하는 전씨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이씨①는 진술했다.

한달 간격으로 정씨 대상 소송…건물경매도 함께 참여 

정대택씨. 연합뉴스

실제 이씨①가 말한 '비밀약정'대로 세 사람은 정씨를 한 달 간격을 두고 연달아 고소했다.

처음 고소에 나선 건 전씨다. 그는 2003년 10월 정씨를 업무방해, 사기 등으로 고소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해 11월 정씨를 고소했고, 최씨는 한 달뒤인 12월에 강요죄 등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비밀 약정의 이유가 된 '건물매입 추진'도 사실이었다. 최씨와 전씨는 채권 매입 사업과 별도로 같은 해 9월 경매에 부쳐진 스포츠센터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함께 경매에 참여했다. 이때는 전씨가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전씨는 최씨에게 경매 계약금을 대줬다고 인정했다. 정씨를 고소한 두 사람이 이해관계로 얽힌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세 사람이 고소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한 사실을 보여주는 물증들이 적지 않다.

우선 전씨와 최씨가 품앗이하듯 고소장에 첨부할 서류를 주고 받았다는 점이다.

전씨의 고소장에는 최씨와 정씨간 이익을 균등분배하는 내용의 약정서가 첨부됐다. 이 약정서는 최씨와 정씨, 두 사람만 가지고 있던 것이다.

반면 최씨는 전씨에게서 '정씨가 스포츠센터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다'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아 고소장에 보탰다. 최씨와 김씨가 찾아와 사실확인서를 써줬다는 전씨의 녹취록도 있다.

최은순 씨의 최측근인 김씨가 법원에 낸 탄원서. 김씨는 비밀약정에 등장한다는 전씨의 탄원서도 함께 제출했다. 비밀약정서 당사자끼리 소송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조한 정황이다.


아울러 김씨는 2004년 11월 재판부에 탄원서 3부를 한꺼번에 제출했는데 여기엔 전씨의 것도 포함됐다. 김씨는 관련서류에 '(전씨 등으로부터) 제출부탁 받고 제출함'이라고 썼다가 줄을 긋고 지웠다.

공증된 또다른 녹취록에도 세 사람의 '비밀약정'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나온다. 최씨의 최측근인 김씨가 2004년 1월말 오피스텔에서 한 발언에서다.

"내가 고발(고소)을 했다가 취하를 했어요. 수서(경찰서)는 정(전의 오타)씨가 고발(고소)을 별도로 했고, 나도 장본인은 아니니까. 장본인 최 회장이기 때문에. 최 회장(건)이 검찰에 고발이 돼있으니까 내 것을 취하시켜서 확정시키자 그래서 취하를 해준 거예요".

김씨는 세 사람이 정씨를 겨냥한 소송에 나선 사실을 언급하면서 본인 소송을 취하한 이유도 설명했다. 정씨와 최씨간 맺은 약정과는 무관한 제3자이면서도 당사자인 것처럼 고소했다가 스스로 철회했다는 것이다.

녹취록 속의 발언은 이 역시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는 뉘앙스다. 최씨는 "하여튼 일절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우리는 함구불언하고 있어야 돼"라며 비밀스럽게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애초 최씨와 가까웠던 이씨 "죄인된 심정"으로 증언


이씨①는 애초 최씨와 더 가까운 사이여서 최씨 말을 믿고 정씨에게 이익금을 낮추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사실 관계를 알고난 뒤 "죄인이 된 심경"으로 증언한다고 했다.

그는 자술서를 이렇게 맺었다. "정씨의 이익금을 갈취할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졸부들에게 법의 정의를 보여주십시오".

하지만 이씨①의 바람과 달리 검사는 그의 증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판결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최씨는 재판에서 이겨 이익금 53억원을 모두 가져갔다.

복잡한 권리 관계를 분석하고 세세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정씨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기억 안난다", "자료 왜 갖고있나"…당사자들 회피 일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CBS노컷뉴스는 최씨와 전화 통화했다. 최씨는 "이씨①를 모른다"고 했다. 이어 비밀 약정을 맺었다는 전씨를 아느냐고 묻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씨에게 묻자 이씨①를 예전에 만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최씨와는 다른 답변이다. 하지만 그는 이씨①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소나 기웃거리는 날라리", "엉터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비밀약정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본인이 약정서 등을 모두 관리했다고 하면서도, 전씨가 최씨와 정씨간 이익배분 약정서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전씨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한 배경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씨는 "이씨①를 모르고 최씨만 알고 있다"고 했다. 최씨 최측근인 김씨에 대해선 "정씨와 가까운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정반대로 말했다. 정씨를 고소한 기억이 없다던 그는 취재진이 고소장을 보여주자 "그것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며 문서 입수를 문제삼았다.


동업 연결해준 인물도 "이익 반반씩"…잇단 증언 모두 배척


최은순씨에게 불리하고 정대택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사람은 '비밀 약정'을 폭로한 이씨①뿐만이 아니다.

근저당채권 사업이 성사된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또다른 이씨②도 비슷하게 증언했다. 이씨②는 투자자를 찾던 정씨에게 최씨를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법정에서 "2003년 4월4일 최씨와 정씨가 사업으로 처음 만났을 때 최씨도 이익을 반반으로 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애초 사업 이익을 반씩 나누는 것으로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수차례 확인하기도 했다.

정씨와 잠시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던 최씨가 스포츠센터의 권리관계가 복잡한 것을 알고는 "동업하려고 하니 다시 정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게 이씨②의 얘기다.

사업 관련 대출을 도와주려 했던 또다른 이모씨③, 정씨의 처남이자 대출과정에서 최씨와 동행했을 정도로 사업진행을 도운 한모씨, 정대택 및 최은순씨와 가끔 어울렸다는 최모씨 등도 공통된 진술을 했다.

두 사람이 동업관계이거나 이익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한 내용을 들었다고 한 것이다. 스포츠센터 주채권 기관의 핵심 관계자 역시 2심에서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당시 1심 재판에서 정씨의 말에 부합하는 증언을 한 사람은 모두 7명이나 됐다. 하지만 당시 판사는 이들의 증언을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반면 나중에 최씨에게 돈을 받고 허위증언을 했다는 백윤복 법무사와 최씨, 그리고 최씨의 최측근 김씨의 증언은 대부분 인정받았다.

나중에 입장을 바꾼 백 법무사를 빼면 최씨 편에 있는 증인은 최측근인 김씨가 유일하다.

1심 재판을 맡았던 김모 판사에게 수차례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판결과 관련해선 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현재 수도권 소재 법원에서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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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stee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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