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골마을 옥수수밭에 삼성전자 물류창고 지으려다 산업단지 세웁니다"

안하늘 2023. 6. 2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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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켓코리아, 테일러시에 IT 산단 구축
삼성 반도체 협력사 등을 위한 부지로 활용 계획
'실리콘힐스'로 불리는 오스틴과 30분 거리
테슬라, 애플 등 주요 IT 기업들 몰려들고 있어
삼성전자 오스틴법인이 공개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팹 부지 건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짓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인근 옥수수밭이 첨단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산업기지로 탈바꿈한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반도체 협력사들이 모인 산업단지가 구성되는 것이다. 인구 1만6,000명 수준의 시골 마을인 이 도시는 토지 수용부터 인프라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진출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자재 유통기업 아이마켓코리아는 테일러시 인근에 약 86만㎡ 규모의 IT 산업단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전자 등 제조 기업에 소모성 자재를 납품하는 국내 유통기업이다.


"미 테일러 시장, 한국 이름 명함 파고 지원 약속"

국내 반도체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아이마켓코리아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마련할 예정인 산업단지 예정 부지를 살펴보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 제공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이 운영하는 해외 사업장 중 협력사들이 한데 모여 별도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부지에서 8㎞, 오스틴 공장과는 40㎞ 떨어졌다. 대기업이 진출 지역의 중앙 정부·지방자치단체와 협상해 일부 협력사들의 부지까지 확보해 함께 나가거나 각 협력사가 개별적으로 부지를 확보해 뒤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협력사들은 대기업의 사업지와 최적의 거리에 있는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이 주로 입주할 산업단지가 구성되는 데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테일러시였다. 남인봉 아이마켓코리아 대표는 "원래 테일러 삼성전자 공장에 납품할 제품을 보관할 물류 창고 부지를 보러 갔다가 현지 부동산 관계자나 경제개발공사 및 시 관계자들로부터 규모를 키워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산업단지를 고민했다"며 "브랜드 라이델 테일러 시장은 한국 이름이 새겨진 명함까지 들고 다니면서 국내 기업 관계자를 챙길 정도로 의지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21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가 결정된 테일러시도 고민이 많았다. 이미 삼성전자에 앞으로 20년 동안 재산세의 90% 이상을 감면하는 등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공장이 문제없이 돌아가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기업들도 필요했다.

남 대표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발표한 이후 시 관계자들이 토지주들을 설득해 반도체 공장 관련 기업들을 위한 용지 변경 등 조치를 해뒀다"며 "문제는 삼성전자 협력사가 필요로 하는 땅은 2만~4만㎡ 규모인데 토지주 한 명당 수십만㎡ 이상씩 갖고 있어 개별 기업이 현지에 나가려고 해도 협상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이마켓코리아가 대규모 토지를 사들이고 이를 개별 공장에 맞도록 분할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산업단지가 꾸려질 계획이다. 더불어 테일러시는 산업단지에 필요한 오폐수 처리, 전력 및 교통 인프라 구축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3월 국내 반도체 제조사 16개사 관계자를 데리고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


'실리콘힐스' 향하는 미 IT 기업들…"기회 있을 것"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아이마켓코리아의 산업단지가 있는 테일러 인근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고 발전하는 지역이다. 테일러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오스틴이 있는데 테슬라, HPE, 오라클, 애플 등 미국 주요 IT기업들이 본사를 옮기거나 대규모 사업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이 지역은 구릉지대가 있어 '실리콘힐스(Silicon Hills)'로 불린다.

남 대표는 "텍사스주가 기업 유치를 위해 주 차원에서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개인 소득세도 없어 실리콘밸리 고물가에 시달린 기업들이 옮겨오고 있다"며 "게다가 텍사스 오스틴이란 훌륭한 대학도 있어서 인재 확보에도 용이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도 실리콘힐스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벌써부터 테일러, 오스틴 인근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인 상황이다. 남 대표는 "지역 내 주요 호텔들은 테슬라, 삼성전자 등 공장 인부들 수백 명이 통으로 쓰고 있을 정도"라며 "미국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도 새롭게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실리콘힐스 지역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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