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컴퓨터 박사의 쓴소리 "韓반도체 산업은 지체 장애인"
[편집자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다. 미국,일본, 대만, 유럽 등 각국이 각축을 벌인다.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1292억 달러)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한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순간 국가적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20년 동안 한국을 먹여살린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모색한다.
문송천(71)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내 1호 컴퓨터 박사로 알려진 문 교수는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CLOUD)'라는 개념을 정립한 국내 IT(정보통신)의 대표적 석학이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 비해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문 교수는 오래 전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개선을 말해 왔다. 9년 전 삼성전자 공식 온라인 블로그에 기고문을 올려 "하루빨리 구글이나 애플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성공신화를 잇는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였고 삼성 내·외부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시스템 반도체는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제조공정이 더 까다롭고 인력도 많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글로벌 조사업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분야별 시장규모는 시스템 반도체 3456억달러(약 440조원), 메모리 반도체는 1344억달러(약 170조원)다.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이 시스템 반도체다.
문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기술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소프트웨어인 OS(운영프로그램)가 시스템·메모리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구조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반도체 제조 기술만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중·단기적으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개발 추격을 따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만큼 성장하기 위한 시간은 30년이다. 문 교수는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적으로 투자를 하면 2050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980년대 故(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반도체 사업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은 이 길로 가야 하고, 지금은 기초를 튼튼히 만들어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치우친 인력과 교육구조다. 문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 뿐만 아니라 핵심 소프트웨어를 만들 인력이 모자란다고 했다. 핵심 소프트웨어는 AI(인공지능)·빅데이터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이 아닌 OS와 DB(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분야다.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뿐만 아니라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지식도 뒷받침 돼야 한다.
문 교수는 "대학 교수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주요 대학조차도 반도체·소프트웨어 분야 기초 학문을 연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대학에서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양적으론 뒤지지 않지만, 질적으론 2~3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맞춰진 국가 정책 방향의 변화도 당부했다. 문 교수는 정부의 정책과제도 단기 성과에 맞춰져 있어 중·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용 기술에 주력하고 있는 R&D(연구개발) 방식에 대해 "산업 발전방향과 무관한 코미디 수준"이라며 "미국도 초기에는 정부 주도로 반도체·소프트웨어 산업을 성장시켰다"고 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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