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름잡던 K-반도체, 끝 안 보이는 불황…"지금 투자해야"
[편집자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다. 미국,일본, 대만, 유럽 등 각국이 각축을 벌인다.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1292억 달러)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한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순간 국가적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20년 동안 한국을 먹여살린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모색한다.
한국 반도체가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를 호령하던 기업들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초 반도체 가격 상승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신호는 없다. 경쟁 기업인 대만 타이지디엔(TSMC)와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낸드플래시·D램 등 메모리 가격도 부진을 면치 못한다.
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2분기에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99.3% 감소한 1004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3조 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업종 특성상 삼성전자보다 업황 부진 타격이 크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3분기부터는 적자 폭이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D램 현물가격이 반등하면서 업황 회복 기대가 커졌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16GB 기준)의 현물 가격은 19일 2.992달러, 20일 3.001달러, 21일 3.024달러로 사흘 연속 올랐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용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건립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챗 GPT 등 생성형 AI 사용이 늘면서 D램이 투입되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도 올랐다"라며 "이미 (가격이)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고, 빠르면 8월~9월부터는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예상보다 수요 증가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수요 증가분도 대부분 TSMC가 흡수했다. 엔비디아의 AI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TSMC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8.5%에서 60.1%로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5.8%에서 12.4%로 하락했다. 여기에 인텔도 파운드리 참전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수요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도 미미하다. 중국 정부는 고강도 방역조치를 해제한 이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10달만에 기준금리를 0.1%p 인하했다. 주요 금융회사들도 "올해 중국의 성장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반도체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840억 4100만달러(한화 약 109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67억 6700만 달러(약 100조원)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기존 업체들 간의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라며 "IT 기기용 제품도 올해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었으나 투자로 분위기가 바뀌어야 반등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야 성수기 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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