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놓인 韓반도체 위기진단 65%…"그래도 미래는 밝다"

이재윤 기자, 임동욱 기자 2023. 6. 28.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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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K반도체의 미래를 묻다]①국내 반도체 전문가 긴급 설문조사 결과
[편집자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다. 미국,일본, 대만, 유럽 등 각국이 각축을 벌인다.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1292억 달러)를 차지하는 주력 산업이다. 한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잃는 순간 국가적 위기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20년 동안 한국을 먹여살린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모색한다.

(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성공을 위한 제3차 범정부 추진지원단 회의'에서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한준 LH 사장, 이상일 용인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2023.6.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반도체 산업은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지만, 제대로 대처한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머니투데이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업황 및 전망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내년까지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 등 글로벌 국가 간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반도체 기업간 경쟁 심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반도체 전문가 65%는 '위기진단'…중장기전망 10점 만점에 7점 '긍정적'
국내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1~5점 평가)에 대해, 전문가의 65%는 '위기(4점)'라고 진단했다. 다만 '매우 위기 상황(5점)'이라고 평가한 사례는 없었다. 응답자의 25%는 '보통(3점)'이라고 답했고, 10%는 '전혀 위기가 아니다(1점)'라고 응답했다.

위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3.8%는 '올해 하반기'를 꼽았고, 31.3%는 '내년 상반기'라고 답했다. 위기 상황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12.5%에 달했다. 반면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57.1%)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진단하는지에 대한 질문(10점 만점)에 7점 이상을 매긴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긍정적 전망을 내놓은 응답자들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중장기적인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 △높은 진입장벽 및 큰 기술격차 등을 이유로 꼽았다. 부정적으로 전망한 응답자들은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으로 인한 국내 반도체업계 위축 △파운드리 부진 및 인재부족 △산업정책 부재 △절대우위적 지위 상실 우려 등을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의 영향에 대해 응답자의 60%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매우 부정적 30%)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30%는 '다소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에 대해선 65%가 '부정적'('매우 부정적' 25%)이라고 평가했고, 30%는 '다소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대해 응답자 절반(50%)은 '영향 없음'이라고 답했고, 45%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영향에 대해선 55%가 '다소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협력에 대해선 응답자의 70%가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고, 15%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일부 응답자들은 3나노 이하 파운드리 분야에서 일본의 양산 능력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본의 우월한 자금력과 기술력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나타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큰 위협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전문가들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60%)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40%)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25%)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협력(25%) 등을 꼽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견인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복수응답)로 전문가들은 △반도체 인력육성 프로그램 마련 (50%) △소부장 국산화 기술향상 및 정책지원 (45%) △글로벌 패권경쟁 관련 외교적 노력(30%) △투자·세제 등 정책지원 확대(30%) 등을 제시했다.

'세액공제' 가장 잘한 반도체 지원정책…"전문가 육성체계 갖춰야"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의 반도체 지원정책 중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를 가장 잘 한 정책(80%·이하 복수응답)으로 꼽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추진(55%) △일본과의 관계회복으로 공급망 확대(25%) △반도체 특성화 대학 추진(25%) 등이 뒤를 따랐다. 정부가 더욱 힘을 줘 박차를 가해야 할 반도체 정책(복수 응답)으로는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률 확대(65%) △반도체 분야 소부장 국산화율 상향(65%) △반도체 산업 보조금 지원(40%) △미중 기술패권 갈등 관계에서의 외교적 지원(40%)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반도체 정책에 대해 '10년 동안은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반도체 생산라인 신규투자를 위해 제반 규제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정책들을 확대해야 한다', '메모리반도체를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반도체로 가야 한다', '팹리스 분야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민간 VC(벤처캐피탈) 시장 참여 확대 방안 마련' 등도 거론됐다.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박인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대학원 중심의 고급인재 양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시스템 반도체를 최고 수준으로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형규 창림 대표(전 삼성전자 사장·SK텔레콤 부회장)는 "우수 기술인력의 중요성에 대해 국가 및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파격적인 보상체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신성이엔지 김태형 상무도 "관련 인력 육성을 위해 다양한 혜택 제공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움 주신 전문가들(가나다순)
강성용 인텍플러스 상무, 경희권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김재호 인텍플러스 부사장, 김태형 신성이엔지 상무, 도현우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테크팀장,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박인철 카이스트 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유승봉 인텍플러스 상무, 이정환 한양대 교수, 이종환 상명대 교수, 임동수 일진그룹 상무, 임형규 (주)창림 대표, 조중휘 인천대 명예교수, 주병권 인텍플러스 전무,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이재윤 기자 mton@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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