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체포 특권 포기’ 밝혀놓고 계속 이어지는 말장난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끝내 ‘불체포 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요구대로 특권을 포기하고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데 특권 포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말장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4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 당론으로 부결시킨 게 아니었다. 겉으론 의원들 자유 투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부결 투표를 했다. 앞으로도 당론은 정하지 않은 채 집단 부결 표를 던진 뒤 발뺌하려는 것 아닌가.
굳이 비회기 기간을 만들어 영장심사를 받겠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기국회 중이라면 한 사람 영장심사를 위해 정기국회를 중단시키겠다는 것인가. 체포동의안 처리를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 필요가 없다.
지금 민주당에선 돈 봉투 사건이나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는 의원들이 많다. 이 대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 내부에선 “앞으로 줄줄이 구속영장이 날아올 텐데 어떻게 가결 당론을 정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겉으론 방탄 안 한다면서 뒤로는 불체포 특권 뒤에 계속 숨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대선 때도 이 대표 주도로 정당혁신추진위를 띄웠다. 불체포·면책 특권 포기,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 강력·성범죄 공천 제한 등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새로 임명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정치권 경험이 거의 없어 ‘들러리 혁신위’라는 말이 나왔는데 첫 혁신안부터 당 지도부가 교묘하게 물타기를 해버렸다. 말장난과 가짜 혁신이 아니라 실천과 진짜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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