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가득한 가리산에서 액티비티 즐기며 더위 이겨요”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 2023. 6.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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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작가의 홍천 여행 이야기
일찍 온 여름에 피서지를 찾는 손길이 바쁘다. 우리나라는 바다와 계곡, 숲이 좋은 도시가 많아 선택지도 다양하다. 올여름 첫 여행지로 홍천을 추천한다. 수도권에서 한 시간 거리로 지척인 데다 천혜 자연의 볼거리, 즐길 거리는 물론 여름이라 더욱 즐거운 콘텐츠도 여럿이다.

무더위 날리는 나라꽃 무궁화의 향연

홍천 무궁화수목원. 무궁화는 대표적인 여름 꽃이다. 이두용 작가 제공
강렬한 햇살에 산천초목의 푸름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 우리나라 꽃 무궁화도 만개한다. 무궁화는 대표적인 여름 꽃이지만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어 계절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홍천군 북방면에는 31만5935㎡의 넓은 부지에 16개의 주제로 120종의 무궁화를 주제에 맞게 조성한 공간이 있다. 바로 ‘홍천 무궁화수목원’이다. 이곳은 평생 무궁화 사랑이 남달랐던 독립운동가 남궁억(1863∼1939) 선생을 기리며 다양한 종의 무궁화를 한곳에 모아 2017년 7월 공립수목원에 이름을 올렸다. 입구에 다다르면 먼저 왼편으로 장쾌하게 펼쳐진 청보리밭이 눈에 들어온다. 가리산의 시원한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방문객을 향해 손 흔드는 인사처럼 반갑다. 밭 한가운데로 이어진 길 끝에는 작고 예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무궁화의 집이다. 주변 풍경과 어울려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다. 보리밭은 수확이 끝나면 가을엔 코스모스를 심는다고 한다. 그땐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다음 계절에도 오리라 다짐한다.

수목원은 워낙 넓다 보니 코스를 정해서 이동하는 게 좋다. 보통은 중앙광장에서 시작한다. 총 3개의 코스가 있고 40분에서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가족이나 연인의 손을 잡고 산책하듯 주제별 코스를 지나다 보면 어느새 무궁화에 관한 다양한 지식이 쌓인다.

무궁화는 색과 모양으로 품종을 나누는데 국내외에 250여 종이 있다고 한다. 꽃 중심부의 단심 유무에 따라 종이 달라지고, 단심의 색에 따라서 또 품종이 나뉜다. 꽃잎의 색이나 모양으로도 구분이 생긴다. 크게 배달계와 단심계, 아사달계로 나뉜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사진과 이름을 보면서도 구분이 어려웠다. 자녀들과 방문한다면 해설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전문가가 수목원 안내와 함께 무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천년 고찰에서 누리는 심신의 힐링

수타사
여름 꽃 무궁화를 만나고 나면 울창한 숲과 계곡이 있는 공작산(887m)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더위를 피해서 왔으니 등산보다는 힐링이 먼저. 공작교를 건너 수타사(壽陀寺)로 향했다. 이곳은 천년고찰로 신라 선덕왕 7년인 708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최초엔 우적산(牛跡山)의 일월사(日月寺)로 불리다가 조선 선조 2년(1568년) 이곳으로 이건해 고종에 이르러 수타사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수타(壽陀)는 ‘무량한 수명을 누리라’는 의미다.

이곳엔 여느 유명 사찰에서 봤음 직한 일주문은 없다. 하지만 봉황문 양옆에 우뚝 선 사천왕상이 들머리 역할을 해준다. 무서운 눈의 사천왕이 아니라 둥글둥글 선한 이미지가 좋은 인상을 준다. 이곳 사천왕상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흙으로 빚어 조각한 작품이다. 놀라운 건 사천왕의 복장(내부)에서 보물 제745-5호인 월인석보 17·18권이 발견됐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탄압했던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조선 시대에 왕이 직접 편찬한 최초이면서 최후의 불교 서적으로 의미가 깊다.

봉황문을 지나면 흥화루가 나타난다. 시간을 끌어안고 역사를 제 몸에 새긴 기둥과 주심포 맞배지붕, 마루가 고풍스럽고 정겹다. 이곳은 과거 설법을 위한 강당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이곳에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세상으로 향한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펼쳤으리라 기대해본다. 곳곳에 새겨진 단청 무늬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사방으로 통하는 바람 덕분에 30도 더위에도 시원하다.

밖으로 나오면 한편에 작은 범종각이 있다. 이곳엔 수타사 동종이 보관돼 있다. 표현이 수려하고 제조 기법의 독창성이 뛰어나 최고로 평가하고 있지만 작은 균열로 현재는 타종하지 않는다. 건너편에는 월인석보와 다양한 탱화, 유물을 볼 수 있는 보화각이 자리한다.

큰 사찰은 아니지만 홍천의 불교 역사와 함께 공작산의 생태를 함께 체험할 수 있어 좋다. 인근 ‘수타사 농촌 테마공원’에선 홍천의 농업 역사 전시와 함께 붓글씨, 떡방아 체험 같은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 아이들과 방문하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

액티비티와 동물 체험으로 이열치열

가리산 레포츠파크에서 즐기는 플라잉 짚.
무더위엔 계곡에 발을 담그는 것도 좋지만 홍천에선 숲에서 즐기는 이열치열 레포츠가 더 핫하다. 가리산 레포츠파크는 가리산 한가운데서 피톤치드 뿜뿜하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전하지만 아찔한 재미에 한여름에도 등골이 오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숲을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플라잉 짚이 가장 스릴 넘친다. 어지간히 배짱 두둑한 사람도 가리산 계곡을 내려다보며 하강하다 보면 “악!” 소리가 절로 난다. 약 1㎞ 길이에 7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산밑에 다다른다.

포레스트어드벤쳐는 스릴의 단계를 높인다. 층층이 쌓인 목제 시설 위를 밧줄이나 나무다리 등을 통해 건너는 프로그램인데 군필자에겐 추억을, 아슬아슬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단체라면 서바이벌 체험은 꼭 해봐야 한다. 팀을 나눠 실제로 근거리 전투를 하듯 서로에게 총을 쏘며 살아남는 게임인데 진짜 손에 땀을 쥔다. 비비탄을 사용하지만 실제 죽기라도 하듯 살 떨린다. 숨고 나오기를 반복하며 총을 쏘다 보면 더위는 잊힌 지 오래다.

알파카월드
사계절이 시원하다는 남미의 지붕 안데스산맥의 친구도 만날 수 있다. 귀여운 동물로 사랑받는 알파카다. 홍천 ‘알파카월드’는 청결과 안전, 행복을 슬로건으로 36만 ㎡의 푸른 숲에 조성된 체험형 동물원이다. 국내 최다 백십여 마리의 알파카와 함께 사슴과 양, 토끼, 타조, 앵무새, 낙타 등 수많은 동물과 교감은 물론 체험해 볼 수 있다. 그저 동물 몇 마리 가져다 놓고 구색만 갖춘 사설 동물원과 차원이 다르다. 여유 있게 시간을 두고 와서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쉬고, 또 먹고, 구경하기를 반복해도 좋다. 아이는 물론 연세 지긋한 부모님과 동행해도 좋은 공간이다. 방문한 사람은 물론 그곳에 있는 동물에게도 행복한 공간이라고 느껴질 만큼 돌아서기 아쉽다.

수제 맥주에 명품 한우 한 점 꿀꺽

홍천 수제 맥주 ‘브라이트 바흐’.
더울 땐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 안 마셔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마셔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천이 요즘 수제 맥주로 부상하고 있다. 몇 개 업체가 있는데 ‘홍천’이란 이름을 내세우며 생산하고 있는 곳이 대표적이다. 바로 ‘브라이트 바흐’. 브라이트는 독일어로 ‘넓은’을 뜻하고 바흐는 ‘하천’을 의미한다. 독일어로 썼지만 홍천이란 의미다.

세계적인 독일 맥주 제조 시설을 완비해 2016년부터 지하 250m 천연암반수를 이용해 지역 수제 맥주를 만든다. ‘월드 비어 어워드’에서 수상할 만큼 품질도 맛도 인정받았다. 막 뽑아낸 시원한 수제 맥주가 더위는 물론 여행의 피로까지 씻어낸다.

홍천의 여름은 맥주 축제도 유명하다. ‘홍천강 별빛 음악 맥주 축제’인데 올해로 일곱 번째다. 8월 3∼6일 진행되며 다양한 맥주 브랜드의 참여와 함께 신나는 부대 행사도 열린다. 맥주에 진심이라면 올여름 홍천에서 수제 맥주 마시며 축제까지 즐길 수 있다.

술 얘기에 안주가 빠질 수 없다. 홍천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우의 고장이다. 육질 좋고 맛도 뛰어난 홍천 한우를 ‘늘 푸름’이라 정하고 홍천 명품으로 선정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부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늘 푸름만의 매력이다. 무더위에 기력이 떨어질 때 시원한 맥주와 함께 두툼한 고기 한 점이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 같다.

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music@mure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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