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복원… 수출규제 갈등 4년 만에 정상화
일본이 27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 추가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일부 개정령’을 의결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4년 만에 복원시킨 것이다. 일본은 지난 3월엔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도 철회해 한국과 관련한 수출 규제는 모두 사라졌다.
이날 아사히TV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은 미국, 영국 등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의 명단에 한국을 추가하는 개정령을 각의 의결했다. 개정령은 이달 30일 공포되고 다음 달 21일 시행된다. 일본 법령에서 ‘그룹A’라고 표현되는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기업이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나 기술을 수출할 때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방국을 지칭한다. 그룹A 국가는 한 번 수출 허가를 받으면 이후 개별적인 추가 수출 때마다 건건이 허가를 받지 않는 ‘일반 포괄 허가’를 적용받는다. 한국은 일본보다 앞선 4월에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하는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을 전략물자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한 것이다.
한일 간 수출규제 갈등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미쓰비시 등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해 ‘일제 강점기의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 모든 배상 책임이 소멸됐으니, 한국 정부에 해법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전 정권은 거부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의 제외라는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했고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 3월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사이의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변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측 발표에 대해 “지난 3월 대통령의 방일로 양국 간 신뢰 회복의 단초를 마련한 후 우리 측의 선제적 화이트리스트 원복 조치와 심도 있는 정책대화 개최로 수출 통제 분야의 양국 간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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