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도 그를 추앙했다, ‘신병 손석구’에 매진 행렬
지난 20일부터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고 있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연출 민새롬)는 개막 전 이미 8월 5일까지 공연이 매진됐다. 영화와 드라마로 스타가 된 배우 손석구(40)의 관객 동원력이 연극 무대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2차 대전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이 패망한 것도 모르는 채 거대한 나무 위에 2년 넘게 숨어 있었던 병사들의 실화에 바탕한 일본 원작 연극. 손석구는 자신이 나고 자란 섬(오키나와)을 지켜내고 싶을 뿐인 순진한 젊은이 ‘신병’을 연기한다. 그가 나무 위에서 본토 출신 ‘상관’(김용준·이도엽)과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나무의 정령과 같은 존재인 ‘여자’(최희서)는 두 남자의 어긋나는 대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극 중 시간의 흐름을 이끈다.
27일 언론 간담회에 나온 손석구는 연기에 대한 주관이 뚜렷했고 거침없었다. 카메라 연기와 무대 연기의 차이를 묻는 틀에 박힌 질문이 나오자, 그는 망설임 없이 “나는 모르겠다. 그냥 똑같다”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를 찍었잖아요. 그 영화와 ‘나무 위의 군대’의 차이는 이야기 차이지 이건 영화고 저건 연극이라는 게 결정적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자칫 섣부른 자신감으로 비칠 수도 있는 말. 하지만 무대 위 손석구는 줄곧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온 배우임을 잊게 할 만큼 능수능란했다. 원래 몸을 잘 쓰는 배우일까.
그는 “연극뿐 아니라 카메라 앞 연기도 앵글에 따라 몸을 쓰는 범위가 달라진다. 나는 특히 손발을 써야 대사도 외워지고 연기도 되는 편이라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특히 손이 어색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멋쩍게 웃는 손석구의 말을 이도엽 배우가 거들었다. “일부러 무대 위 동작을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평소 매체 연기할 때처럼 하라고 했죠. 금세 나아졌어요.” 무대 위 자연스러운 모습은 연습을 통해 단련된 연기 호흡의 결과였다.
역사적 배경과 별개로 연극에는 ‘오키나와’나 ‘일본’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넘어 보편적 의미를 갖길 바랐던 원작자의 의도였고, 창작진이 이 작품을 지금 한국 무대에 올린 것도 거기에 공감했기 때문. 손석구는 “의문을 넘어선 믿음으로 지속되는 관계도 2년이 넘으면 살의(殺意)에 이르도록 망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기묘한 매력이 있다”고도 했다.
“가족, 직장, 학교 어디서든 지위와 경험치의 차이에서 충돌이 생기죠. 그런데 불협화음이 아니라 믿음 때문에 부패하는 것도 있어요. 싸워서 토해내면 되는데 싸우지 않아서 병들어가는 부조리도 있습니다. 관객들이 전쟁과 군대를 빼고, 그런 측면에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매진이 이어지면서, 제작사는 8월 5일까지 예정됐던 이 연극을 12일까지 1주 연장 공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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