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 나이 통일법’, 오늘부터 대한민국이 젊어집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궁금한 정보 중 하나가 그 사람의 나이다.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올해는 전 국민의 나이가 최대 두 살까지 어려진다는 점이 연초부터 유쾌한 화제가 되었다. 이른바 ‘만 나이 통일법’이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만 나이 통일법’이란 행정·사법 분야의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하고 표시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 개정 법률을 말한다. 간혹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 취학 연령이나 정년 등이 갑자기 바뀌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취학 연령이나 정년 등은 변하지 않는다. 여러 나이 계산법의 혼용으로 인해 크고 작은 혼란과 분쟁이 잦았던 우리의 일상이 변하는 것이다.
‘만 나이 통일법’은 우리 사회에 만 나이를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법이다. 그동안 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했지만, 일상에서는 한국식 나이를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행정·복지서비스 대상 연령을 파악하거나 각종 보험·근로계약 등 계약상의 연령을 해석할 때 나이 기준으로 인한 민원은 물론 법적 분쟁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만 나이 통일법’의 시행을 계기로, 법과 일상의 나이 기준을 통일하면 이와 같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물론 오랫동안 사용해 온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법 시행 초기에는 다소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제처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만 나이 사용의 일상화를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 지역 주민, 일선 공무원별로 맞춤형 교육 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만 나이 통일법’과 관련한 질의 응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만 나이 통일법’의 후속 조치로 현행 법령상의 만 나이 예외 규정을 정비하는 일도 추진한다. 일부 법령에서는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생일이 언제인지와 관계없이 모두 같은 규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법제처는 이러한 만 나이 예외 규정 정비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과 국민 의견 조사를 거쳐 국민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만 나이 기준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각종 공무원 임용 시험의 응시 연령을 만 나이로 정한다면,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해에 졸업한 사람이라도 해당 연도의 시험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임용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생일과 관계없이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응시 연령을 정하는 것이 국민에게 유리하다. 반면 형사상 범죄·처벌과 관련하여 미성년자로서 특별히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일상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나이에 관한 우리의 인식과 문화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한두 살 차이도 엄격하게 따지는 특유의 서열 문화도 점점 흐려질 수 있을 것이다. 법제처는 만 나이 정착을 통해 각종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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