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논란 자초하는 대한체육회
2027년 8월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에서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펼쳐진다. 세계 150국 1만5000여 명 대학 선수가 나서는 하계 유니버시아드(이하 U대회)다. 대회 운영비로만 6000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충청권에서 이런 국제 체육 행사가 열리긴 처음이다.
충청권 지자체들이 중심이 된 대회 공동유치위원회는 지난 3월 초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공개 채용에 나서 윤강로(67) 전 국제스포츠외교원장을 선임했다. 국내외 스포츠 관련 업무에 오래 종사했고, 작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발전 공로자들에게 주는 ‘쿠베르탱 메달’도 받았다. 유치위는 윤 사무총장을 임명하고 3월 24일 조직위 창립식도 마쳤다. 그런데 3월 말 대한체육회가 “조직위 출범을 상의하겠다고 한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사무총장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채용 과정이나 조직위 창립식 때까지는 잠잠했는데 뒤늦게 등장했다.
공동유치위는 “공모로 뽑은 사무총장을 갑자기 어떻게 바꾸냐”면서 당황했다. 대한체육회는 윤 사무총장 대신 이창섭 조직위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직을 겸임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부위원장은 충남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를 지내다 정치계로 뛰어든 인물. 체육회가 ‘정치인 카드’를 들이밀자 유치위도 부담스러웠는지 “(최종 승인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물러섰다.
문체부는 애초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며 “(대한체육회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체육회가 ‘체육인 성명문’ 등을 동원해 “문체부를 규탄한다”고 거세게 반격하자 움찔했다. 문체부가 갈등 조정에 실패하면서 원래 5월 말까지 U대회 운영 주체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 조직위 설립 완료를 보고해야 하는데 기한을 넘겼다. 자칫 U대회 개최권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하자 국무조정실이 “빨리 조정하라”며 문체부를 압박했다.
안팎으로 시달리자 문체부는 결국 오는 29일 이 부위원장을 사무총장에 앉히는 U대회 조직위 ‘재창립’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엔 윤 사무총장이 반발했다. “자격이 없다고 하면 청문회 같은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 (임명 후) 3개월 동안 아무 설명 없다가 이러는 건 부당하다”면서 지난 23일 법원에 재창립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조직위는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특정 단체가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대한체육회는 대회 선수단 경기력 향상에 집중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는 게 본연 업무”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는 반대 이유를 “정부 주도하에 체육인들이 하나로 뭉쳐야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다”고만 설명한다. 그런데 체육계에선 “현 (대한체육)회장이 (윤 사무총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많이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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