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만 나이’ 시행

전 세계에서 나이를 세는 방법이 가장 헷갈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출생과 동시에 1세가 되고 이후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고 1년이 지나 생일이 되면 한 살씩 더하는 만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되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하는 연 나이가 혼용되기 때문이다. 이 중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나이가 세는 나이이다. 매해 1월 1일 전 국민이 한 살씩 먹는 셈이라 영미권에서는 코리안에이지(Korean Age)라고 부른다.

세는 나이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해 유교 문화권인 한국 일본 등에서 사용됐다. 중국은 1960~70년 문화대혁명 이후, 일본은 1902년 법을 제정해 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 활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셈이다.

통일된 기준 없이 나이를 세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컸다. 남양유업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 56세가 한국식 세는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를 두고 노사가 법적 공방을 벌였다. 1심과 2심 판단은 엇갈렸으나, 지난 3월 대법원은 이를 만 55세로 해석했다. 코로나19사태 당시 백신 예방접종과 청소년 방역패스 기준 나이로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공포한 ‘만 나이 통일법’이 오늘부터 적용된다. 이는 각 법령과 계약 공문서 등에 표시된 나이를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만 나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제처에 따르면 취업·학업 등에서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이다.

취학연령의 경우 학년제로 운영돼 1년 단위로 학년을 올려야 하는 점에서 연 나이 적용이 맞다고 본 것이다. 병역 의무는 1년 단위로 징병검사를 통보하는데 생일 나이(만 나이)를 따지기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2004년생이, 내년에는 2005년생이 병역 판정 검사를 받게 된다. 또 술·담배 사는 나이도 만 나이를 적용해 생일이 지난 때와 지나지 않은 때를 구분하면 시민이나 업주 모두 불편하게 된다.

정부가 전 국민 만 나이 시행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1년 12월 송요찬 내각수반이 만 나이 공식 사용을 선언했다. 그 뒤로도 62년간 세는 나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만 나이를 정착시켜야 할 때가 됐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