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교육 정상화가 교육개혁 출발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교육개혁 문제로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육 과정 범위 밖의 수능 출제는 배제하고, 과도한 배경 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킬러 문항’ 출제는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대통령실은 “수능을 공교육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개혁과 수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진 것은 교육 문제를 현장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어떤 대책도 없이 문제 제기만 하니 학교 현장과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교육부는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교육 내에서 준비할 수 없는 ‘킬러 문항’이 수능에 출제돼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로 허리가 휘게 됐다”며 이런 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사교육 열풍’은 왜 사그라지지 않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자녀가 특별해야 성공한다는 학부모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옆집 자녀가 학원에 가면 내 자녀도 뒤질세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인식으로 사교육에 매몰되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교육현실 파악 능력도 의심스럽다.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교육개혁 관련 대책을 그대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이제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개혁 관련 공청회를 열어 교육 전문가와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 현장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이 교육 현장의 반발로 무산됐던 사례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교육개혁은 대통령이 지시하는 내용을 받아 적은 뒤 시행하는 ‘상명하달 방식’이 아니라,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개혁 정책이 실패한 것은 교육 전문가와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교육개혁 방안을 추진하려면 교사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육혁신 분과를 만들어 교육 전문가들을 적극 기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장 교육 조사단’을 구성해 지역별 현장 교육 실태를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선택 교과목이 다양해진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시간표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택과목을 가르칠 교원 충원 대책을 마련하고, 교실 수도 확충해야 한다. 선택 교과목에 따른 복잡한 교무 행정을 처리하는 ‘교무 행정 보조 교사’ 수급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교육개혁이 추진돼야 추락한 교권이 회복되고, 공교육 정상화도 이뤄진다. 교사가 교실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교육개혁의 출발점을 공교육 정상화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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