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 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경기일보 2023. 6.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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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기본적인 의무교육은커녕,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긴 했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무적자(無籍者)인 탓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모든 권리와 혜택에서 배제된 채 유령처럼 살아온 아이들이 있다.

이렇듯 국가안전망의 사각지대 속으로 아이들을 밀어넣은 건, 다름 아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최근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무려 223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중 1%인 23명의 아이들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착수키로 한 만큼, 앞으로 숨지거나 유기된채 발견된 아이들이 얼마나 나올지 두려움이 앞선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은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는 온전히 부모들의 몫이다. 1개월 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고작 5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될뿐, 출생신고를 강제할 수단은 전혀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산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해지며, 정치권이 이에 적극 응답하고 있다.

출산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직접 지자체로 출생사실을 통보토록 해 국가가 직접 출생 여부를 관리하는 제도로, 작금의 ‘유령’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하지만 출산통보제를 도입할 경우, 실명 출산이 어려운 산모들이 병원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걱정도 있다. 그렇기에 보호출산제가 그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후 국가가 영아를 보호하고 출생신고와 후견, 입양 절차를 밟아 좋은 부모와 맺어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보호출산제가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친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단절시킨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생각한다면 이는 추후 보완할 부분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 15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200조가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그 성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아이 낳아 키우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헬조선에서의 삶은 팍팍하다.

그래서일까. 태어난 아이들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저출산을 걱정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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