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에 2조5000억 넘게 지원…사용내역 조사하겠다"(종합)

"프리고진 급식업체는 군납 매출만 1조원 이상"
바그너 '반란군' 지칭…러군에는 "내전 막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군 장병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자국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을 지난 1년간 1조원 넘게 지원했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며 반박한 것이다. 지원금 사용 내역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군 장병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은 국가 예산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투원 급여와 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860억루블(약 1조3000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고진의 급식업체 '콩코드'가 같은 기간 국방부와 조달계약을 체결해 800억루블(약 (1조2160억원)을 추가로 벌어 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빼돌린 돈이 없거나 적기를 바란다"며 "당국이 지급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간담회 동안 프리고진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광장에서 국방부·국가방위군·연방보안국· 내무부 소속 장병과 정보요원 약 2500명을 초청한 뒤 "사실상 여러분이 내전을 막았다"며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종식한 공로를 치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국군 장병과 정보요원 2500명을 크렘린궁 광장으로 부른 뒤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종식한 공로를 치하하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푸틴 대통령은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조화롭게 행동했으며 러시아 국민과 군대에 맹세한 충성을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조국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책임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란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군 조종사들을 위해 1분간 묵념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정확한 사망자 수와 사망 경위 등은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은 바그너그룹이 지대공 미사일로 7대의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해 공군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전투원을 겨냥해서는 '반란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반란군이 러시아 군대와 국민이 자신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의 이름은 연설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군부대를 차출할 필요가 없었다며 "모든 군대가 각자의 전선에서 영웅적인 싸움을 계속했다"고 평가했다.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러시아군 장병들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푸틴 대통령의 이날 크렘린궁 광장 연설은 TV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바그너그룹 무장 반란 이후 그가 크렘린궁 외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크렘린궁 내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는 "유혈사태를 피하려 무장반란을 일부러 내버려 두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리고진이 해임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배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있는 자신의 전투원들을 상대로 대규모 포격을 실시했다며 '쇼이구 장관을 즉각 경질하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압박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한편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건한 입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국민의 단결 수준은 매우 높다"며 "이번 사건은 러시아 사회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얼마나 단결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