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62) 짝퉁 골프
골프 홀 컵의 사이즈는 10.8 센티미터이다. 1829년 스코트랜드의 로얄 머슬버러 골프클럽에서 우연히 하수도 공사용으로 쓰던 파이프를 잘라서 홀 컵을 만든 것이 10.8센티미터 홀 컵의 유래이다. 1891년 R&A가 그 사이즈를 공인한 이래 10.8센티 홀 컵은 공인규격이며 골프에서 변하지 않는 전통이 되었다.
몰래 키운 홀 컵 사이즈
얼마 전 우리나라 KPGA의 공식 대회가 진행 중에 취소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공식 규격보다 큰 홀 컵을 경기위원들이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는데 육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공인 규격보다 큰 홀 컵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쯤이었다. 수도권에 골프장 몇 개를 운영하는 어떤 회사의 코스들은 모두 큰 사이즈의 홀 컵을 사용한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확인했다. 필자가 측정한 그 홀 컵의 사이즈는 공인규격보다 8밀리가 큰 11.6센티미터였다. 오랫 동안 레프리 생활을 했던 필자도 코스 세팅을 했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일반 골퍼들이 그 차이를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
독버섯처럼 번지는 짝퉁
문제는 점점 더 많은 골프장들이 부적격한 홀 컵을 사용하는 것이다. 회원권 가격이 꽤 고가인 회원제 골프장에서도 부적격 사이즈를 발견했었다. 필자는 골프를 치러가면 우선 홀 컵이 공인 규격인지 아니면 짝퉁인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골프백에 측정용 자를 가지고 다닌다. 어떤 골프장에서 비공인 홀 컵을 발견한 필자가 캐디에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캐디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런 사실을 항의했던 손님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골프장에서는 9홀이 끝난 후 캐디를 통해 코스 관리팀에 확인을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 캐디는 홀 컵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필자의 문제 제기가 정확한지 오히려 되물었다.
골프장의 속임수
큰 사이즈의 홀 컵은 골프장들이 라운드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속임수이며 골퍼들을 호갱으로 보는 일방적인 횡포인데 그 여파는 국제적으로 심각해 질 수 있다. 한국 골프장에서 기록된 라운드 점수를 공인할 수 없게 되고 한국 골퍼들의 핸디캡도 믿을 수 없게 되는데 그 피해는 결국 일반 골퍼들에게 돌아온다. 짝퉁 골프의 나라라는 소문이 난다면 국가의 스포츠 분야 신뢰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짝퉁 홀인원
공인규격 홀컵 사이즈 홀인원의 확률은 1/12,500(0.008퍼센트)인데 비공인 홀 컵에서 홀인원을 했다면 그 홀인원을 공식적으로 인정 할 수 없다. 홀인원 보험회사들은 비공인 홀 컵의 홀인원 보험금을 어떤 기준으로 지급하는지 궁금하다. 보험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8밀리 차이 정도는 인정해 준다는 정책을 펼 수도 있지만 그 것은 짝퉁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므로 그 보험회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골퍼 스스로 명예를 지켜야
홀 컵 사이즈를 늘리는 것은 축구 골대나 농구 골대의 사이즈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골퍼들이 골프장의 횡포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적인 고발이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고 집단 저항의 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골프장을 방문하는 골퍼들이 홀 컵 사이즈를 측정하여 비공인일 경우에 현장에서 책임자를 면회하여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등의 강력한 저항이 필요하다.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국제적으로 짝퉁 골프의 나라라는 낙인이 찍히기 전에 골퍼들이 먼저 나서서 골프장을 감시해야 스스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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