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軍 개입에 프리고진 설득"…러 유혈사태 중재한 루카셴코, 비화 공개

"프리고진 전화걸었더니 즉시 받아…30분간 욕설로 1차전"
프리고진 "목 졸라도 모스크바 향할 것"…루카셴코는 "반쯤 가서 찌그러질 것"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유라시아 최고경제위원회 회의에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참석했다. 2023.05.25/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최근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갈등을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루카셴코 대통령이 협상 과정 비화를 일부 공개했다.

2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협상에 나섰던 당시 프리고진과의 통화에서 그가 모스크바까지 계속 진격하면 그의 용병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24일 오전 11시께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프리고진이 즉시 전화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서로가 욕설로 30분간 1차전을 치렀고, 프리고진이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목을 조르더라도 우리는 모스크바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에서 반쯤 미친 상태로 러시아 로스토프에 도착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뒤 돌격대를 이끈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이에 프리고진에게 당신은 반쯤 가서 벌레처럼 찌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루카셴코는 그러면서 "나는 오랫동안 프리고진을 설득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그에게 말했다. 우리 여단은 모스크바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이 혼란은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무장반란) 상황은 러시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프리고진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는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총참모장 중 누구도 내놓지 않을 것이며, 모스크바는 계속 방어될 것이다. 반란을 지속하면 러시아가 혼란과 슬픔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루카셴코는 '프리고진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았다면서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프리고진을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프리고진은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약 1000㎞에 달하는 거리를 진격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후퇴했다. 프리고진은 자국 정규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가 중재에 나서며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철수하기 결정했다. 러시아 정부 역시 바그너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각각 한발씩 물러나면서 최악의 유혈 사태는 피하며 일단락됐다.

한편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방국으로 군사·외교는 물론 경제·행정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양국은 벨라루스-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벨라루스가 참전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현지시간) 소치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2023.6.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