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데이원 사태와 韓 프로스포츠의 위기
10개 구단 체제 붕괴 위기에
기업들도 스포츠단 수익성 따져
경쟁력 강화 없이는 도태 우려
한국 남자농구는 ‘농구대잔치’ 시절인 1990년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허재,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현주엽, 전희철 등 당대 스타들은 수많은 팬을 몰고 다녔다. 이런 인기의 여세를 몰아 1997년 8개 구단으로 프로농구(KBL)가 출범했고 1997∼1998시즌 10개 구단 체제가 확립됐다. 이 당시 KBL은 ‘남북통일 이전까지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한다’는 생뚱맞은 규정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농구 인기를 기존 10개 구단만이 독점하겠다는 ‘욕심’이 숨겨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사라진 규정이다.
그런데 이런 위기의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농구의 인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하면서 기존 구단 중에서도 프로농구를 떠나고 싶어 하는 곳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때마다 그래도 새 주인을 찾으며 10개 구단은 유지됐다. 하지만 데이원 사태는 이제 주먹으로 막고 있던 댐의 구멍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만큼 커진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하게 한다. 이번 일이 마지못해 농구단을 운영하던 기업에게 손을 뗄 기회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말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인수할 곳을 찾지 못해 해체 직전에 가면서 프로야구도 당시 8개 구단에서 7개 구단으로 줄어들 뻔했다. 히어로즈 구단이 구단 명칭을 기업에 파는 ‘네이밍 스폰서’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리그에 합류해 8개 구단 체제가 유지됐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수년간 자금난과 파행운영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야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기 회복에 힘입은 바 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연이은 선전으로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발판 삼아 2개 구단이 새롭게 창단하면서 위기를 뛰어넘어 오히려 덩치를 키우는 반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몇몇 구단은 새 주인이 생기면 야구단을 포기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프로야구 역시 안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농구는 야구와 상황이 다르다. 당장 남자농구는 아시아에서도 1위를 장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올림픽이나 월드컵 무대는 예선 통과조차 어려워 출전조차 하지 못할 만큼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있다. 신규 팬들의 대거 유입 요인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물론 여전히 겨울이 되면 농구장을 찾는 팬들이 적지 않지만 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할 매력을 느낄 만큼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 기업들은 프로스포츠 구단을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이나 홍보의 수단으로 여겼기에 적자가 얼마건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성적이 나빠 기업의 명예를 깎아내릴까 봐 돈을 쏟아붓기까지 했다. 아쉽게도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스포츠단도 수익성 등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5000만명밖에 안 되는 시장에 인구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프로야구부터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까지 프로스포츠만 해도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이 시너지를 내주면 좋겠지만 서로 경쟁하다 한두 리그는 도태될 수도 있다.
프로농구 데이원 사태가 그 신호탄이 될까 걱정이다. 지금까지 4대 프로스포츠는 출범한 이래 아직 구단 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프로농구가 안 좋은 첫 사례가 될 처지다. 이는 농구만이 아닌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를 향해 울리는 경종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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