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출생 미신고 ‘유령 영유아’ 막으려면…
출생통보·보호출산제 도입… 생명 지켜야
갓난아이의 생명권이 보호받지 못하면서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출생통보제’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 병원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신생아가 2015년부터 8년간 2200여명에 이른다는 감사원 보고가 있다. 병원이 아닌 더 열악한 상황에서 출생한 신생아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국가는 태어난 아동들이 사회적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책임이 있다.
출산통보제를 통해 국가가 아동의 출생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유령 아동을 줄이기 위한 시작일 수 있다. 출생아에 대한 의무신고를 피해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안전한 출산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병행하면서 제도적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는 해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출산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지키기 위한 제도이다.
아동의 알 권리가 제한된다거나 무책임하게 출산만 하고 양육을 포기하는 미혼모 사례가 늘 것이라는 이유로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비혼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미혼모에 대한 제도적 배제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보호출산제가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과 모성보호가 보편적으로 가능한 츨산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아이의 양육을 계획하거나 혹은 양육을 포기하거나 모두 그들에게는 힘든 선택이기 때문에, 임신 초기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선택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의 양육 환경 개선과 차별 해소를 목표로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지원 강화, 출산·양육과 관련한 차별적 제도 개선, 아동양육비 등 안정적 자녀양육 지원, 학업 및 취업 등 자립지원 등 4대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예산을 확충하여 안내 및 정보 제공, 상담과 지원서비스를 확대하고 임신과 출산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전후 보호뿐만 아니라,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경우는 구조적 차별이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아동양육 및 생활지원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보호출산제는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한국사회의 정상가족에 대한 도전이며 정부의 저출생 대응정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는 임신과 출산, 양육에 따르는 사회적 지원을 통해 포기되는 출산과 양육을 방지하고자 하는 방향이 들어 있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계기로 개인의 선택이 편견 없이 존중받으며 건강권 보장을 위한 출산지원의 폭이 넓어진다면, 태어난 생명을 함께 잘 지키고 키우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홍선미 한신대 교수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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