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年 632억 전국민 난임 지원 안되는 이유

강진규 2023. 6. 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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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경제부 기자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난임 지원을 해주는 정책을 시행하는 데 드는 재정이 연간 632억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지방공항 등 불필요한 지출을 조금만 줄여도 확보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지원책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작년부터 잇따라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최악 수준인 한국의 저출산 문제 극복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횟수·연령 따라 차등 둔 난임 지원

2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득과 연령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는 난임치료 지원을 확대하면 내년부터 5년간 3161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한다. 연평균 투입액은 632억원이다.

현재 난임 시술비 지원의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 180% 이하다. 이를 충족하면 20만~11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단 횟수 제한이 있다. 시험관 시술은 신선배아 9회, 동결배아 7회 지원한다. 인공수정은 5회까지 시술비를 받을 수 있다.

연령은 만 44세를 기준으로 가른다. 중위소득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 만 44세 이하는 30만~110만원, 만 45세 이상은 20만~90만원의 시술비를 받는다. 건강보험 적용 시 본인부담금도 만 44세 이하는 30%, 만 45세 이상은 50%가 적용된다.

박성민·이명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이 같은 복잡한 기준을 없애고, 난임 시술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시술비와 건보 혜택을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 개정에 따른 지원 대상자 수 확대와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반영해 추가 재정소요를 파악한 결과 내년 약 5만1000명에게 추가 시술비 지원이 필요하며, 추가 비용은 53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령기준 폐지에 따른 기존 대상자의 추가 재정소요액은 3억원 미만으로 총액은 541억원이다. 이는 매년 증가해 2028년에는 73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5년간 소요액은 3161억원이다.

이외에 난임휴가 확대, 한방병원 난임 시술비 지원 등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난임 지원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한 복지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한 번 확대된 복지제도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소득과 연령 기준을 무시하고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저출산 문제는 이 같은 우려를 넘어서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난임 시술 지원 확대는 각종 저출산 대책 중에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정책 지원 대상이 명확하고 효과를 바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과감하고 확실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는데도 여전히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극복에 우선 지출해야

과감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방만한 국가 재정 지출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주로 이용률이 지난해 0.1%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전남 무안공항에 투입된 예산이 3000억원 정도다. 5년간 난임 지원 확대에 드는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지방공항이 많은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부산 가덕도, 대구·경북, 흑산도, 울릉도, 충남 서산 등 전국적으로 10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수조원이 드는 사업이다. 올해도 출산율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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