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천남수 2023. 6.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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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다급하게 전화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카드사에 전화해서 사용 정지를 요청해라, 신분증은 재발급 신청해라, 요즘은 습득물을 경찰서에 맡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등 하나 마나 한 얘기를 하는 것과 그저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다.

내 휴대전화를 습득한 사람이나, 혹은 훔쳐 간 사람이 내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내역과 문자, 카카오톡 대화를 엿보게 된다면?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께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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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다급하게 전화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내 차에 떨어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와 점심을 같이하고 내 차로 이동한 지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차 안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하지만 그의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없는 것 같다는 대답을 들은 그는 도대체 지갑을 어디에 떨어뜨렸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난감해했다. 나도 괜히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카드사에 전화해서 사용 정지를 요청해라, 신분증은 재발급 신청해라, 요즘은 습득물을 경찰서에 맡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등 하나 마나 한 얘기를 하는 것과 그저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카드를 재발급 받기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갑자기 신분증이 필요할 상황이 생기면 난감할 것이다.

만약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무엇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가 사라진다. 당장 가까운 친구나 거래처, 심지어 가족에게 전화할 수도 없다. 전화번호를 외우기보다는 휴대폰에 의존했던 탓이다. 좋은 곳에서 함께 찍었던 추억의 사진도 그저 기억에만 남게 된다. 맛집에서 찍어둔 인증샷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 휴대전화를 습득한 사람이나, 혹은 훔쳐 간 사람이 내 휴대전화에 담긴 통화내역과 문자, 카카오톡 대화를 엿보게 된다면?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께름직하다. 나아가 그동안의 통화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생활에서도 맛집을 검색하거나, 교통편을 확인할 수도 없게 된다.

지난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73주년 기념식장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를 분실하는 바람에 서울 중부경찰서 강력4팀 형사들이 현장에 출동해 수색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휴대전화를 분실해도 당황스러운 일인데, 실세 법무부 장관인데 오죽할까. 하지만 이 소동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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