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52.평창갈비

신현태 2023. 6.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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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손자 3대 단골손님 발길 사로잡는 ‘고기 맛의 마력’
어머니 옛날방식 전수 2대째 56년간 영업
“지역 대표 맛집” 호평 평창갈비 상호 변경
메뉴 소면·된장찌개 전부 갈비 참맛 음미
30개월령 대관령 한우만 고집 인기 비결
생갈비 입소문 명절선물세트 주문 폭주
“한결같은 재료 어머니 토속적인 맛 유지”

‘56년 동안 한결같은 맛과 친절로 단골 고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집’

평창읍 하리 시가지 평창강변도로 뒷 골목의 큰방 2개와 작은방 2개 규모의 작은 식당 평창갈비는 어머니에 이어 아들과 며느리가 2대째 운영, 변함없는 맛과 친절로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노포다.

평창갈비는 지난 1968년 1대 주인 박남순(1998년 작고)씨가 충주식당을 상호로 개업한 후 아들 고병환(69) 씨와 며느리 지영숙(67)씨가 이어받아 2대째 56년간 영업을 해 오고 있다.

충주식당의 탄생에는 다소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있다. 고 대표의 작고한 부친은 지난 1960년대 초까지 충북 충주시에서 충북지역 각급 학교에 공급하는 책상과 걸상 제작 공장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러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며 전소돼 전 재산을 날리고 책·걸상 제작용 목재의 공급처로 자주 찾았던 평창으로 이주, 생계수단으로 어머니 박남순 씨가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순댓국밥 식당을 하다가 이듬해 한 스님이 찾아와 갈비장사를 해보라고 해 갈빗집으로 전환, 뛰어난 맛으로 인기를 끌며 오늘날까지 성업중이다.

평창갈비로 상호를 변경한 사연도 재밌다. 민선 1∼3대 태백시장을 지낸 홍순일 씨가 지난 1981년쯤 관선 평창군수로 재직할 당시 갈비 맛으로 유명한 이 식당을 자주 방문, ‘평창의 대표 맛집인데 평창이라는 상호를 쓰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해 평창갈비로 상호를 변경했다는 것.

식당 초기 평창군청에 근무했던 고 씨는 식당 일에 관여하지 않고 전적으로 어머니가 갈비를 손질하고 음식을 장만해 운영해 오다 뛰어난 갈비맛으로 유명세를 타며 손님이 많아지자 고 대표도 퇴근 후 어머니를 도와 자연스럽게 식당일을 배웠다.

현재 식당 대표인 며느리 지영숙 씨는 결혼 후 평창지역 진부·대관령면 등지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다니며 살림과 아이들 육아로 식당일을 함께하지 못하다 지난 1989년부터 10년 동안 함께 운영하다 어머니가 작고한 후 식당을 맡게 됐다.

이 식당의 메뉴는 아주 간단하다. 한우 양념갈비와 생갈비, 돼지갈비, 소면, 된장찌개가 전부다. 상차림도 숯불과 갈비에 농장에서 직접 키운 갖가지 무공해 쌈채, 숙주 등 나물무침, 물김치, 마늘과 고추 등이 전부로 갈비의 참맛을 느끼게 하려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있다.

가장 인기있는 시그니쳐 메뉴는 단연 한우 양념갈비. 창업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양념갈비는 갈비에 특화된 고급 한우고기를 잘 손질해 주인 부부의 비법 소스로 버무려 연하고 특유의 질리지 않는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있다.

창업 초기 어머니는 갈비를 손질하기 힘들어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 다듬이 방망이로 고기를 두드려 왔고, 오랜기간 사용해 껍질부분이 훼손된 방망이는 지금도 이집의 역사처럼 간직돼 있다. 또 부부가 오랜기간 사용하여 깊게 닳은 통나무 도마와 50여㎝에서 20여㎝로 짧아진 소형 공이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고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며 최상의 갈비를 제공하기 위해 인근 대화면과 영월, 제천 등지의 정육점을 수시로 방문, 질 좋은 갈비를 구해오기도 했으나 지금은 평창영월정선축협의 30개월령 대관령한우만을 사용, 이런 불편은 해소됐다.

고 대표는 “이제는 육질만 봐도 고기상태를 알 수 있고 고기상태에 맞춰 알맞게 손질한 후 양념에 재워 48시간 숙성해 상에 올린다”며 “옛날 어머니가 했던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조미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토속적인 맛을 살리는 간장과 양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념갈비 다음으로 인기인 한우 생갈비의 탄생에도 일화가 얽혀있다. 30여년전 모 중앙부처의 장이 영월군을 방문했다가 평창갈비의 명성을 듣고 예약을 했으나 이날 준비한 양념갈비가 이미 예약된 양밖에 없어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양념하지 않은 갈비도 괜찮다’고 해 생갈비를 대접했고 일행의 호평이 이어져 생갈비가 메뉴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날 이후 맛좋은 생갈비로 소문나며 명절 선물세트 주문이 폭주, 부부가 밤새 갈비를 떠 선물세트를 만드느라 긴 겨울밤을 훤히 지새운 적도 많았다고 한다.

평창갈비가 맛집으로 소문이 나며 분점을 내 달라는 요청도 많이 왔고 일부 식당 주인들은 직접와 한 두달씩 일하며 갈비맛의 비법을 배워가기도 했다고. 이후 지역 단체손님들의 요청으로 돼지갈비를 추가해 외식비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오랜 전통에도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며 이 식당은 몇십년 동안 찾아오는 단골고객들이 수없이 많다. 평창군에서 공직이나 직장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타지로 발령나 떠난 후에도 이 집의 고기맛을 못잊어 찾아오고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방문한다.

특히 지금도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까지 3대가 이 식당을 찾는 가족들도 많아 오랜 역사를 가능하게 한 변함없는 맛의 마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영숙 대표는 “어머니가 하셨던 토속적인 맛을 유지하기 위해 최상급 고기와 한결같은 재료를 사용하는데 노력하고 항상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며 “힘 닿을 때까지 이 맛을 유지하고 정성껏 손님을 대접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현태 sht9204@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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