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서 마주한 민간인 풀어줬다가..사상 최악의 전사자 발생[그해 오늘]
작전중 마주한 민간인 풀어준 이후 탈레반에 발각돼 교전
미군 19명 전사한 처참한 결과..영화 '론 서바이버'로 각색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05년 6월28일 12시20분.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州) 산악 지대에서 작전을 펴던 미군 최정예 부대 네이비실 대원 4명이 딜레마에 빠졌다. 당시 미군은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 아흐마드 샤(Ahmad Shah)를 제거하려는 ‘레드윙’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정찰조로 전날 적진에 침투한 대원 4명이 이동 과정에서 아프간 민간인 3명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우선 민간인을 생포한 미군은 이들의 신병 처리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민간인을 산에 묶어두고 떠나기도 여의찮았다. 그대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다. 본부에 보고하고 명령을 따르고자 해도 그럴 수 없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막혀 통신이 두절돼 버린 탓이다.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었다. 대원 간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전쟁범죄를 감행하더라도 사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놓아주자는 의견이 우세해 그렇게 했다. 이때부터 작전은 수가 틀리기 시작한다.
민간인이 돌아간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원들은 탈레반을 맞닥뜨이고 교전을 시작했다. 탈레반이 마을로 돌아온 민간인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대원들이 있는 산을 포위한 것이다. 대원들은 병력과 화력 모두에서 열세였다. 정찰 임무를 맡은 이들은 소수 정예로 경무장한 상태였고, 이들을 포위한 탈레반 다수는 중무장한 채였다.
여전히 통신이 먹통이어서 지원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러자 대원 한 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지대로 올라가 위성 전화로 본부와 교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대원은 총격을 받아 전사했다.
구조 요청을 받은 미군은 동료를 구출하고자 긴급 출동했다. 구조대를 실은 수송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착륙 직전 추락했다. 이로써 탑승 인원 16명 전원이 사망했다. 탈레반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이 추락 원인이었다. 무장 헬기의 호위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착륙을 시도한 것이 화를 불렀다. 서투른 작전이었다. 이 때문에 나머지 작전은 취소되고 구조대는 퇴각했다.
이제 현장에 남은 대원은 마커스 러트렐 병장이 유일했다. 교전 도중 대원 2명이 더 전사한 것이다. 러트렐도 심한 총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산악 지대를 지나던 아프간 민간인에게 구조됐다. 곤경에 처한 이방인을 돕는다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러트렐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본대에 구조를 요청해 구조됐다. 작전 투입 엿새 만이었다.
비밀 군사 작전 도중에 민간인과 조우해 일을 그르친 사례는 다수다. 대표적으로 1968년 1·21 사태 당시 청와대로 침투하던 북한군이 마주친 민간인을 처리하지 않았고, 이들 신고로 발각됐다. 사실 전장에서 군인이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제네바 협약에 명시된 국제 사회의 공통된 약속이다. 그러니 레드윙 작전이 이른바 ‘인도주의적 선택’(민간인을 풀어준 것)으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시 대원들이 민간인을 사살하거나 구금했다면 전범 행위다.
이로써 작전에 성공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미군 작전은 애초 허술한 측면이 있었다. 통신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적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뼈아픈 실수다. 아울러 애초 탈레반이 미군의 작전을 파악하고 대응한 것이지, 산에서 풀려난 민간인의 제보를 받고 공격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미군 19명이 전사한 이 작전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겪은 최악의 작전 실패로 기록된다. 작전은 훗날 영화 ‘론 서바이버’로 각색됐다. 유일한 생존자 레트럴의 구출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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