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규제개혁에 앞장서게 하는 방법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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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것처럼 정부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또는 일정 지역 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해 사업 속도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 기업과 협회들의 입장에서 경쟁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보호 제도를 현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신사업이 기여하는 부의 창출 효과에 대한 보상이 승진 고과 등 구체적 형태로 돌아와야만 혁신은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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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시행에도 정착되지 않는 규제샌드박스
기존 업계 견제와 공무원 복지부동이 문제
승진 고과로 적극행정 공무원에 이익 줘야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것처럼 정부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또는 일정 지역 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해 사업 속도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2019년 1월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이 발효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4년간 실증특례 763건 등 총 918건의 실적을 거두어 표면적으로 실적은 크다고 보인다. 하지만, 최초 시작 시점에서 승인된 많은 신사업들이 한 번의 기간 연장을 포함 4년의 기한이 다 되어가는 상태에서 법령 정비를 통한 정식허가라는 최종 목표에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샌드박스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렵게 승인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많은 성과들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관련 산업들의 기존 기업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협회들이 계속 반대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금지, 불허와 같은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기투자 상태에서 사업이 중지되는 불상사로 귀결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기존 기업과 협회들의 입장에서 경쟁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기존의 관련 기업들에 쉽게 양보를 요청할 수 없다. 수십 년간 국민을 보호하고 갈등을 정리한다는 입장에서 그때그때 문제를 바로잡는 작은 규정들을 만들다 보니 규제 법령들은 덕지덕지 누더기가 되었고, 진흙탕에 빠진 장화처럼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허가산업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사업 도입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두 집단에 대한 동기 부여이다. 우선, 신사업 승인을 받아들일 관련 기존 산업의 기업들에 대한 동기 부여다. 승인을 통해 발생할지 모르는 손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반대급부가 필요하다. 예컨대 그간의 애로, 숙원사항 등이 그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너무나 당위적이고 도덕적인 '국가를 위한 호의'라는 명분이 아니라, 실리가 기업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구법에 많이 존재하는 '협상'이 도입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 신사업을 승인, 추진할 공무 담당자들에게 피해 없이 승인을 추진하게 할 일관된 정책이다. 신사업 승인에서 발생하는 기존 사업 당사자들의 강력한 항의, 저항과 이에 관련된 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면 선뜻 승인해줄 공무원은 드물다. 따라서 주의를 기울여 승인했다면, 공무원이 관련 책임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게 해야 한다.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들에서의 추진 책임에서 자유롭게 해준다는 말은 말뿐이었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중론이다. 보호 제도를 현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신사업이 기여하는 부의 창출 효과에 대한 보상이 승진 고과 등 구체적 형태로 돌아와야만 혁신은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애매한 업무 추진 실적 한 줄 정도로 많은 관련 실무담당자들의 호응을 기대하는 것은, 과거 유교 선비정신 수준의 선의와 이타적 희생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불행한 것은 아직도 우리의 많은 제도들의 개인 수준 실천이 조선 선비정신 수준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 메커니즘인 자본주의를 도입한 대한민국이라는 현대국가의 많은 개인들에게, 동양 사상에 기대어 동기 부여 없는 선의의 이타적 행동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무리수를 두며, 위선적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자들이 뒤로 이익을 누리는 상황을 간과하지 말고, 적절한 성과 보상을 통해서 국민들이 옳은 행동을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국가시스템을 세울 필요가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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