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든 자꾸 부모부터 찾는 아이[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그런데 그 정도가 유난히 심하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사랑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하지 않은가이다. 아이가 느끼기에 충분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모자란, 부모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을 때 아이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면 더 자주 “엄마!”, “아빠!”를 부른다. 어른들의 관계로 생각해 보면, 나는 상대방을 너무 사랑하고 상대방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상대방은 아닌 것 같다.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딱 붙어서 사랑을 확인받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아이는 어떤 부모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까? 첫째, 반응이 무덤덤한 부모이다.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할 때는 부모가 그 반응에 맞게 대응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면 부모도 웃으면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춤을 추거나 신이 나는 듯한 반응을 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별것 아닌 일에도 과도하게 흥분하는 부모는 어떨까? 반응의 양이 너무 큰 것도 좋지 않다. 이런 경우도 아이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 있다. 둘째, 반응이 나쁜 부모들이다. 부모가 불필요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독설이나 폭언을 하거나 욕을 할 때도 아이의 만족감이 떨어진다.
다른 하나는 아이가 자기 확신감이 부족해도 그럴 수 있다. 아이는 이 일을 해도 되나 안 되나, 이렇게 해도 되나 안 되나 궁금할 때도 부모를 부른다. 아이가 자기 수준에서 잘 모르는 일에 대해 부모에게 묻는 것은 정상이다. 그럴 경우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할 만한 나이인데도 시도해 보지도 않고 부모부터 찾는다면, 아이가 ‘자기 확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우수한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그 나이에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낸다. 그런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은 내 아이의 발달단계를 종종 잊는다. 그래서 “네가 혼자 해”라고 시키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이가 혼자 해볼 만한 과제와 아이가 혼자 할 수 없는 과제가 혼재하게 된다. 그에 맞는 부모의 육아 태도 또한 뒤죽박죽이 된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없는 과제에는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좌절감을 맛보지 않고 잘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해볼 만한 과제에는 “그래, 네가 한번 해봐”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 어설프더라도 아이 혼자 해볼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야 자기 확신감이 생긴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없는 과제를 시켜 놓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으이그, 이런 것도 못 해?”라고 한다. 해볼 만한 과제 앞에서는 “아빠가 해줄게. 아빠가 하는 게 빨라!”라고 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도전하고 배우고 경험할 기회를 잃는다. 부모에게 인정받을 수가 없다.
아이에게 무언가 가르칠 때는 절대 급하면 안 된다. 아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여러 번 해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면 부모는 “다시 해봐.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좀 더 쉬울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격려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과정을 밟아 나가야 그 과정이 자기 것이 되고 자기가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확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은 원래 어설프고 무엇을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게 정상이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려면 부모가 굉장히 차분해야 하고 잘 참고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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