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렘린궁서 러군 치하 "사실상 여러분이 내전 막았다"

"헌법질서와 국민생명 수호…충성심 행동으로 증명"
바그너는 '반란군' 지칭…"1년간 1조원 넘게 지원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국군 장병과 정보요원 2500명을 크렘린궁 광장으로 부른 뒤 자국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종식한 공로를 치하하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국가방위군과 연방보안국(FSB)을 크렘린으로 부른 뒤 "사실상 여러분이 내전을 막았다"고 치하했다. 최근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을 종식한 공로를 자국 정규군에 돌린 것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광장에 국방부·국가방위군·연방보안국· 내무부 소속 장병과 요원 약 2500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귀군들이 헌법 질서와 국민의 생명을 수호했다. 우리 조국을 격변으로부터 구했다"며 이같이 연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확하고 조화롭게 행동했으며 러시아 국민과 군대에 맹세한 충성을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조국의 운명과 미래에 대한 책임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란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군 조종사들을 위해 1분간 묵념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전우들이 반란군과의 대결에서 숨졌다"며 "그들은 흔들림 없이 명예롭게 명령과 의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확한 사망자수와 사망 경위 등은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 전투원을 겨냥해 "반란군은 러시아 군대와 국민이 자신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군부대를 차출할 필요가 없었다며 "모든 군대가 각자의 전선에서 영웅적인 싸움을 계속했다"고 평가했다.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TV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바그너그룹 무장 반란 이후 그가 크렘린궁 외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크렘린궁 내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는 "유혈사태를 피하려 무장반란을 일부러 내버려 두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리고진이 해임을 요구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배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있는 자신의 전투원들을 상대로 대규모 포격을 실시했다며 쇼이구 장관을 즉각 경질하지 않을 경우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후 크렘린궁 안에서 이어진 군 장교와의 회담에서 바그너그룹에 제대로 된 보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그는 "바그너그룹에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860억루블(약 1조3000억원)이 지원됐다"며 "같은 기간 프리고진은 음식 사업을 통해 비슷한 금액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