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과 선수들은 몰랐겠지만… 일방적으로 얻어 맞은 SSG 팬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와 LG가 맞붙은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는 반 경기 차 1‧2위 팀들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이슈가 집중되고 있었다. 만약 LG가 이날 경기에서 이기면 리그 1위가 바뀌는 판이었다.
경기 전 두 팀 더그아웃 모두 여유가 있었다. LG는 지난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 연승 흐름으로 마무리하고 인천에 왔다. SSG도 25일 삼성전에서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난 주 5승을 거뒀고, 25일 경기에서도 비교적 질서 있게 졌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시즌 중반이라 지금 순위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경기 누가 이긴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타툼을 벌인 두 팀이고, 시즌 중반이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즌 막판에는 지금 이 한 경기의 결과가 순위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되는 경기였다.
그런 경기에서 SSG가 먼저 등을 보였다. SSG는 27일 인천 LG전에서 0-14로 크게 졌다. 올 시즌 최다 실점 타이이자, 올 시즌 최다 점수차 패배였다. 경기를 질 수는 있는데, 사실 주중 3연전 첫 경기부터 이렇게 져서는 안 됐다.
선발 오원석이 1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오스틴에게 적시타, 오지환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2사 후 허용한 3실점이라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3회에도 추가점을 내줬다. 경기 초반 SSG 배터리가 상대의 뛰는 야구에 너무 휘둘린 감이 있었다.
3회까지 4실점이 어마어마한 격차는 아니었다. 그러나 타선이 상대 선발인 임찬규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사이, 0-4로 뒤진 5회 오원석이 무너지며 경기 흐름이 그대로 넘어갔다.
선두 김민성에게 맞은 홈런이야 스윙 한 번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홍창기 타석부터는 오원석이 흔들리는 게 너무 눈에 들어왔다. 몸에 맞는 공을 내줬고, 문성주의 번트 사인 때도 오원석의 공이 타자 몸쪽으로 들어가며 문성주가 화들짝 피하는 장면이 두 번이나 있었다. 제구와 밸런스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SSG 벤치는 마지막으로 승부를 걸어볼 타이밍을 그냥 지나쳤다. 일주일의 첫 경기부터, 지고 있는 경기에 불펜 가동을 일찍 하는 건 부담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친 SSG는 5회 추가로 3점을 더 내주고 0-8까지 끌려갔다. 경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1사 2,3루 오스틴의 중전 안타 때는 전력 질주한 최지훈의 글러브에서 공이 빠져 나왔다. 3루 주자의 홈 대시는 어쩔 수 없었지만 2루 주자가 3루까지 가고 오스틴이 2루까지 가는 과정에서 수비가 모두 어설펐다. 송구는 힘이 없었고, 야수들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오스틴은 2루가 아예 빈 것을 보고 유유히 서서 들어갔다. 타자에게 2루를 줄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오스틴은 오지환의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0-8로 뒤진 상황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마땅치 않았다. 타선이 힘을 내서 쫓아가야 했지만, 임찬규와 첫 맞대결에서 무기력했던 타자들은 이날도 6회까지 1안타를 뽑는 데 그쳤다. 이기순 이로운으로 이어진 어린 투수들이 계속 실점하는 것은,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괴롭게 바라봐야 할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불펜 소모가 무의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자들은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노련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경기 막판에 들어간 신예들은 신예대로 패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흐름이 이어지자 1루 측의 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경기 막판에는 14득점에 신이 난 LG 팬들의 목소리만 인천에 가득했다.
김원형 감독과 선수들은 더그아웃 지붕에 가려 1루 관중석이 보이지 않았겠으나, SSG 팬들은 LG의 소나기 안타에 KO 펀치를 맞고 관람을 포기해 버렸다. 경기 초반만 해도 가득 차 있었던 1루 응원석은 7회 이후 상당히 빈 상태로 응원의 힘까지 빠져버렸다. 1등 팀의 자부심에 어울리는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는 이처럼 냉정하게 확인되고 있었다. 28일 경기에서의 집중력은 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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