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경영 필수요소 된 ESG… 탄소계산기 개발, 은퇴자·장애인 채용
금융위원회가 올해 3분기 중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 공시 기준 등이 담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금융위는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알렸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는 이미 의무 공시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비롯해 2025년부터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한다는 게 금융위 방침이다. ESG가 기업들에게 선언적 구호로 그치는 게 아닌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 주요 지표가 된 것이다.
방송사 경영에서도 ESG를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사 방송평가,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ESG를 평가 항목으로 신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방통위는 ‘방송평가에 관련 규칙’ 일부개정안을 의결해 올해부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평가에 ‘ESG 관련 이사회 보고 및 환경 경영 노력’ 항목을 신설해 반영하기로 했다. 평가에 따라 최대 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또 지난 7일 방통위는 올해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지상파에 대한 재허가 세부계획을 알리며 “‘공적책임·공정성 실적 및 계획의 적정성’ 심사항목에 ESG 경영 계획 등을 세부평가 방법으로 추가해 배점을 90점에서 120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보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재허가 심사를 앞둔 방송사를 중심으로 ESG 평가에 대비하고 있었다. ESG를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해 정책을 추진하거나 친환경 제작·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콘텐츠·캠페인을 진행하는 식이다.
SBS는 지난 2월 대외협력실 정책팀 ESG 담당을 신설해 ESG 가치에 부합하는 기존 제도들과 프로그램 성과 등을 평가 기준에 맞게 재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2001년부터 이어온 ‘물은 생명이다’, 환경 예능 ‘공생의법칙 1, 2’, 인권과 안전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희망TV’ 등이 있다. 지난 4월엔 드라마 제작 인력 인권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스튜디오 S 드라마 제작 가이드라인’을 방송사 최초로 제정했다. 또 SBS는 목동 사옥 내 하수 재활용,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을 통한 저감 노력 등 친환경 작업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조성원 SBS ESG 담당 부장은 “ESG라는 틀 안에서 표시하지 않았을 뿐 SBS는 ESG 실천을 계속 해오고 있었다”며 “SBS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의무 공시를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방통위나 외부 기관의 평가를 떠나 지속가능한 미디어가 되기 위해선 ESG 경영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 3월 조직개편에서 ESG·시청자팀을 신설해 ESG 관련 정책을 만들고 있다. 사회공헌·상생 경영 차원에서 시행한 ‘MBC 은퇴자들을 활용한 미디어 해설사’ ‘시청자 상담실 운영 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해설사는 기존 사내 견학 제도를 발전시켜 은퇴자들에게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견학 온 시청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상담사 임금 손실 없이 시행되는 시청자 상담실 운영 시간 단축은 악성 민원 전화 등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오행운 MBC ESG·시청자팀장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발굴한 결과”라며 “사회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을지, 미래 세대·취약계층과 어떻게 같이 성장할 것인지가 우리 ESG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KBS는 개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이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한국형 방송프로그램 탄소계산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9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KBS는 BBC의 프로그램 탄소계산기인 ‘Albert’를 지난해 도입해 프로그램에 시범 적용해오고 있다. 내년까지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탄소계산기를 정부 및 공공기관과 함께 개발해 방송미디어 산업계에 무상으로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또 KBS는 ‘다큐 인사이트’와 ‘환경 스페셜’ 등 환경·기후 변화 다큐멘터리를 올해 최소 10편 이상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 재승인 유효 기간이 만료돼 심사를 앞두고 있는 MBN도 ESG 경영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MBN 친환경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장애인 10명을 모니터단으로 채용했다. ‘소나무’, ‘매칭본부 캐취업’ 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투명경영 일환으로 ‘윤리위원회 운영 활성화 및 임직원 윤리 교육 강화’ ‘투명한 회계 공시 실천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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