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서 천만다행인데...롯데, 되짚어봐야 할 ‘게임 플랜’ [SS집중분석]

롯데 김상수가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전에서 7회초 이재현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기자] 롯데가 삼성을 짜릿한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따냈다. 9회 뒷심을 발휘하며 웃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롯데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클래식 시리즈 1차전에서 9회말 안치홍의 동점타-유강남의 끝내기 투런포를 통해 5-3의 역전승을 거뒀다.

1회말 먼저 2점을 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6회초 1점을 줬고, 7회초 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9회말 상대 마무리 좌완 이승현을 두들기며 웃었다.

같은 날 두산이 이겼기에 졌으면 공동 4위로 내려갈 뻔했다. 벼랑 끝에서 힘을 내면서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돌아봐야 한다.

상대 선발 원태인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원태인은 이날 8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뽐냈다. 그래도 롯데 타선이 1회말 원태인으로부터 2점을 냈다. 리드를 이어갔다. 불펜이 지키지 못했다.

가장 뼈아픈 부분을 꼽자면 6회말이다. 1사 후 고승민이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 윤동희의 우전 안타가 나오며 1,3루 찬스를 맞이했다.

반드시 점수가 필요했다. 2-1로 쫓겼기에 달아나야 했다. 타석에 전준우가 섰다. 볼 2개를 보면서 유리하게 갔다. 그리고 3구째 속구에 배트를 냈다. 정타가 되지 못했다. 유격수 앞으로 향하는 땅볼이었고,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됐다. 뜨겁던 사직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위기를 넘긴 삼성이 7회초 힘을 냈다. 조민성의 선두타자 안타가 나왔고, 이재현이 좌월 투런 홈런을 쏘면서 3-2로 뒤집었다. 점수를 뽑아야 할 때 뽑지 못하니 흐름이 넘어갔고, 거꾸로 점수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롯데 전준우가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와 경기 3회초 1사 1루에서 중견수 플라이 아웃이 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타자들의 원태인 공략법도 결과가 좋지 못했다. 콘셉트는 확실했다. ‘빠른 공격’이다. 초구 혹은 2구에 배트가 계속 나왔다.

시작은 좋았다. 1회말 1사 후 윤동희가 2구를 쳐 중전 안타를 쳤다. 전준우가 2구를 때려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렉스가 초구를 잡아당겨 우월 투런 홈런을 날렸다.

문제는 이후다. 2~3회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2회말 유강남-박승욱-김민수가 2구-2구-초구에 배트를 내면서 범타에 그쳤다. 3회말에도 황성빈-고승민-윤동희가 2구-3구-3구 승부를 했는데 땅볼-땅볼-뜬공이었다.

4회도 크게 변화는 없었다. 전준우가 3구를 때려 유격수 뜬공으로, 렉스가 2구를 쳐 유격수 뜬공으로 돌아섰다. 안치홍이 처음으로 4번째 공까지 던지게 했으나 역시나 뜬공이었다.

5회부터는 공을 보기 시작했다. 원태인의 5회 투구수가 16개였다. 볼을 골랐고, 파울을 쳤다. 견고했던 원태인에게 균열이 조금 생겼다. 6회말 들어 2루타-안타를 통해 경기 첫 번째 득점권 기회까지 잡았다. 그 다음이 없었다.

7회가 끝났을 때 원태인의 투구수가 단 83개였다. 8회까지 올라왔고, 무려 404일 만에 8이닝을 소화했다. 거꾸로 보면 롯데가 안겨준 것과 다름 없다. 빠른 카운트 공격이라는 작전은 좋았는데, 통하지 않으니 양날의 검이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