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반란 후 첫 육성 통해 “정부 전복 목표는 없었다”
모스크바로 진격하다 돌연 철군한 뒤 종적을 감춘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후 처음 입을 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역이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떠나 벨라루스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은 그에 대한 수사를 종료했다고 밝혔지만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11분 분량의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군부의 미사일과 헬기 공격으로 바그너 용병 약 30명이 사살된 사건이 행동에 나서게 된 방아쇠였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불의 때문에 행진을 시작했다”면서 “기존 체제와 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한다는 목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PMC(바그너 그룹)의 파괴를 막고 프로답지 않은 행동으로 수없이 많은 실수를 저지른 자들에게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용병들에게 다음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계약하라고 종용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항의하기 위한 시위였을 뿐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도전은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 24일 모스크바로 진격하다 남쪽 200㎞ 지점까지 도달한 시점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다면서 돌연 철수했다. 프리고진은 이날 음성 메시지에서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격함으로써 불만을 충분히 표시했고 러시아인끼리 피를 흘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의 메시지가 공개된 후 벨라루스의 군사정보 감시단체 ‘벨라루스 가윤’은 그가 소유한 제트기가 27일 오전 수도 민스크 인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고 텔레그램 채널에 밝혔다. 프리고진이 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FSB는 프리고진의 제트기가 벨라루스에 도착한 후 그에 대한 반역 범죄 수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프리고진이 일단 벨라루스를 거쳐 바그너 그룹이 활동 중인 아프리카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27일 군 장병과의 화상회의에서 “2022년 5월부터 1년간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860억루블(1조3000억원)을 지출했다”며 “우리는 분명히 이 문제의 진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내에선 프리고진에 대한 강경론이 분출하고 있다. 군사 블로거 이고르 스트렐코프는 “프리고진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최근 텔레그램 채널 등에서 프리고진이 반란을 멈추고 철수한 데 대해 바그너 용병들이 격분하고 있으며, “몰상식한 봉기였다”고 반란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은 숙청하고 바그너 그룹은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 슈메만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에게 어떤 약속을 했든 무죄를 선고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군사적 필요성 때문에 바그너 용병들에게는 관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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