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오스카’ 트로피 안고 온 강미선, 국내 최고 노리다 세계 최고 됐다
“늘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매번 ‘이번엔 이게 부족했다’ 싶고, 더 채우려 노력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무용계 오스카’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올해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고 돌아온 발레리나 강미선(40)은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1년간 국내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활동한 드문 경력으로 세계 무용계 최고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과거 이 상을 받은 우리 무용수들은 주로 해외 발레단 소속이었다.
“실은 어릴 때부터 유니버설 입단이 꿈이었어요. ‘여기서 먼저 최고로 인정받은 뒤 해외로 나가야지’ 생각했는데, 21년 동안 최고가 되지 못해서…, 하하. 그렇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는 “(시상식이 열린) 볼쇼이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드리는 것만으로 영광이라 여겼는데, 뜻깊은 선물 같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직전 해 무용수가 처음 공연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한다. 강미선은 안무가인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과 2021년 초연 때부터 이번 경연작 ‘미리내길’을 함께 준비했다. 하지만 당시엔 첫 아이를 갖게 돼 공연하지 못했고, 작년에야 이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섰다. 임신과 출산이 오히려 브누아 드 라 당스에 출품할 수 있게 된 행운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행운의 절반을 담당한 러시아인 남편(유니버설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 이번에 러시아에 동행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강미선은 웃으며 답했다. “안타깝게도 남편이 두 살 아들을 ‘독박 육아’ 하느라 함께 못 갔어요, 하하. 다음번에는 꼭 아기와 남편과 함께 러시아에 가보고 싶습니다.”
마린스키·파리오페라 등 쟁쟁한 발레단의 경쟁자들이 대부분 전막 발레를 들고 온 것과 달리 강미선의 ‘미리내길’은 6분짜리 소품. 게다가 한국 전통 음악에 한국 무용을 가미한 창작 발레여서, 강미선의 장점과 기량을 다 보여주기엔 약점이 있었다.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니버설발레단 유지연 지도위원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발레리나 출신. 그는 심사 전 ‘미리내길’ 음악의 노래 가사를 영어·러시아어로 번역해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건넸고, 한국적 정서와 한국무용 표현 방식을 유창한 러시아어로 설명했다. 유 위원은 “두 번의 투표를 통해 강미선씨가 중국 발레리나와 공동 수상자로 결정됐고, 이후 직접 공연을 본 심사위원들이 ‘이번 심사는 정말 잘됐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이제 한국 발레도 창작 발레로 인정받는 때가 온 것 같다. 국내에서 활동해온 무용수의 수상이 다른 무용수들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더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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