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다운 작품”…아리 에스터의 색다른 호러 ’보 이즈 어프레이드’ (종합)[Oh!쎈 현장]

유수연 2023. 6. 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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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수연 기자]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 에스터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7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아리 에스터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유전' '미드소마' 등 작품을 통해 전 세계가 인정한 현대 호러 마스터로 자리매김한 아리 에스터 감독은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보의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지난 25일 오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보 이즈 어프레이드' 언론 시사회와 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29일에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위해 부천을 방문,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관객과 뜻 깊은 시간을 갖을 예정이다.

이날 아리 에스터는 “영화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다. 이번이 저의 한국이 첫 방문이고, 이틀 전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둘러보지는 못했다. 한국 영화의 오랜 팬이었기때문에 전부터 오고 싶었고, 남은 기간 동안 더 본격적으로 돌아보고 싶다. 여태까지 먹어본 한국 음식은 매우 맛이 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저의 앞서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죽음을 다루고 있다. 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대하는지에 대한 방식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계속 이런 주제에 끌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주제에 대해 계속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선 작품 속에도 신화적 요소를 눈에 띄게 배치했던 아리 에스터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스토리텔링의 역사를 본다면, 스토리텔링은 신화의 전파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작품은 특별히 신화의 무게를 더 지니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고차원적으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리 에스터는 전작에 이어 ‘보 이즈 어프레이드’ 역시 ‘가족’에 대한 공포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감독은 “‘가족’은 드라마의 원천으로서 소재를 줄 수 있는 주제라 볼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끊어내고 싶어도 끊어낼 수 없는 관계가 특징일 것”이라며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역으로 저는 ‘일반적인 가족’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아무리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가정이라 한들, 그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기대감도 있고, 실망도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기에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가족에 대한 의미를 벗겨낼 수 있다면, 가족 구성원의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가족’이 나의 모든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맞다. 가족이란, 가정이란, 그런 모습이 어떠한 모습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가정과 가족의 모습을 최대한 우리가 안 적 없는 모습으로 보았을때 우리가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해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다만 이 영화는 방대하고 긴 유대인들의 이야기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작품 내에서 어머니가 신적인 존재 처럼 나오는데, 그런 부분은 유대인의 문화나 생각들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의 원천에 대해 “사실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 내는 건 나에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많은 것들을 무서워하는데, 이 모든 무서운 요소를 작품에 넣으면 관객들도 함께 무서워한다”라고 웃었다. 또한 자신의 영화를 두고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 저는 좀 이해가 안된다. 제 입장에서 제 영화는 굉장히 단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10년간 작업할 정도로 공을 쏟았다는 아리 에스터 감독은 “12년 전 첫 원고를 쓰고 만들어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아서 서랍에 넣어놓고 잊고 있다가 ‘미드소마’ 작업이 끝나고 생각이 나서 다시 읽어봤다. 바꿔야 할 부분도 있지만 쓸만한 부분도 더 있어서 1년 정도 시나리오 작업을 더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작품을 끝내고 나니 시원 섭섭하고, 공허함도 느낀다. 개인적으로 보의 세상에 대해서 애착이 굉장히 많다. 저는 굉장히 보의 입장, 보의 세계관이 잘 이해가 되기 때문에, 이걸 떠내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원 섭섭함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정말 즐거웠고, 특히 저의 모습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작업이 또 있어도 재밌을 것 같다”라며 “동시에 저를 잘 보여주는 영화를 끝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다. 저의 모든 영화중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현재 물가에 내놓은 아이 처럼 이 영화를 제가 잘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유에 대해 “일단 제가 좋아하는 유머가 반영되어 있다”라며 “저와 친한 친구들과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 영화 되게 너 같다’고 해주더라. 또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두려워하는 것들,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깊이 파고 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개인적인 작품으로 만든거 같다. 그러다 보니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과정은 물론, 그 결과물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통해 주고픈 메시지에 대해서는 “한줄로 말씀드리자면,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삶, 인생을 경험해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주인공 보가 느꼈을 불안과 긴장감도 관객들이 느끼길 바란다. 또한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도 영화에 대한 중심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영화 전체에서 크게 5~6가지의 공간으로 나뉘어 등장하는데, 각 공간이 다른 공간들을 보두 비추는 거울의 방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갔다. 영화의 주요 테마를 보면 가족, 자유, 아들로서 가진 의무감이 있다. 이걸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고자 하니 관객분들도 스스로 아실 수 있는 내용이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주연으로 등장한 호아킨 피닉스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호아킨 피닉스는 (작품에 대해) 너무 이해를 잘 하고 있어서 특별히 연기에 대해 주문을 따로 하진 않았다”라며 “배우와 함께 촬영 전 전체적인 스크립트를 두고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걸 확인했고 작업 과정도 매우 재미있었다. 다만 경계했던 것은, 각각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촬영할 때 오히려 놓치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주의를 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은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호아킨 피닉스는 생생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 매번 노력하는 배우다. 배우가 열정적으로 생생한 연기를 하기 위해 하다보니, 감독으로서 그런 부분을 잘 살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본을 위한 각본, 대사를 위한 대사로 접근하지 않도록 저 역시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아리 에스터는 한국 영화 마니아로도 유명한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리뷰를 통해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한국 영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음을 고백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미드소마'를 만들 때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고,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에도 한국 영화를 참고하는 것을 밝혀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리 에스터는 “고전 영화를 들자면 ‘오발탄’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고, 김기영 감독, 최근에는 이창동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의 팬이자 굉장히 존경한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도 굉장히 좋아한다. 보고 있으면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이외에도 장준환, 나홍진 감독 등 더 많은데, 성함이 다 떠오르진 않지만 모두 인상깊게 봤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한국 영화에 대한 생각에 “감독님들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최근 30년간의 기간의 한국 작품을 보면 한국만의 특별함이 있는 거 같다. 우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영화가 많고,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가 많은 거 같다.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을 보면, 장르의 해체를 과감하게 하시는 것 같다. 그 영화의 형태나 구조에 대해 어떠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입맛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꾸고 형태를 가지고 노는 작품이 많은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영화적 언어 역시 세련됐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 경우에는 문학적 가치가 있다. 소설 한편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인물, 구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깊이가 크게 느껴진다. ‘시’, ‘밀양’, ‘버닝’, ‘오아시스’ 등 모두 미묘하면서도 복잡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그런 점에 매료가 되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밤새도록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멈춰야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사실 ‘미드소마’가 ‘지구를 지켜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라는 보도는 조금 와전은 됐다. 제가 일반적으로 그런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미드소마’에 특정한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보도가 나가 정확성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라고 정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실험적인 한국 감독님들로부터 전체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한국 영화를 통해) 어떤 장르나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고 과감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영감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내달 1일,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페셜 GV에서 모더레이터 봉준호 감독과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인 그는 “봉준호 감독님은 이전에도 몇번 뵌적 있고,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라며 “이미 봉 감독님이 이번 작품을 보셨다. 재미있게 잘 봤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예의상 그렇게 말씀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이어 “GV를 함께 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감독님과 팬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기대 중이다. 저한테는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아리 에스터 감독은 “사실 이영화는 처음부터 극장에 상영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질적으로 이 장르는 코미디이기 때문에, 코미디는 관람객들과 함께 관람하는게 더 재미있을 수 있다”라며 “또한 다양한 부분에서 극장 관람과 관련해 신경을 많이 썼다. 음향에만 수개월을 사용했을 정도로 극장에서 최적의 경험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TV로 혼자서 볼때랑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보의 세상에 보가 관객이 빠져들고, 보의 세상에 몰입되어 둘러 쌓이는 경험을 선사해 드리기 위해 굉장히 애를 썼다. 이런 부분을 최대치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극장에서 와서 관람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내달 5일 개봉 예정이다.

/yusuou@osen.co.kr

[사진]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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