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정화해도 ‘기준 초과 핵종 6개’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오염수를 정화했음에도 6개 핵종이 기준치를 넘겨 섞여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스트론튬과 세슘이 포함된 6개 핵종은 삼중수소보다 독성이 강하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원전 주변 저장탱크 안에 보관된 오염수 가운데 70%는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다”며 “여기에는 6개 핵종이 기준치 이상 존재한다”고 밝혔다. 6개 핵종은 스트론튬-90, 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세슘-134, 세슘-137이다. 이들 핵종은 일본이 “독성이 크지 않아 희석해 버리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삼중수소보다 독한 성질의 방사성 물질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때 한국 정부가 안전성을 평가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이번 원안위 발표도 한국 정부 방문단이 채취한 시료가 아니라, 일본 측이 준 자료만 들여다본 결과다.
‘일본 정부가 향후 배출 기준을 준수하는지 검증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위원장은 “어떤 설비든 100% 신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성능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 관계자 등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에 자유롭게 접근해 살펴보거나 확인할 수 없다. 지난 5월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이 알프스 설비를 살펴본 것은 일본 정부 허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성 강한 스트론튬·세슘 나왔는데…“일본 선의만 믿는 처지”
한국 정부, 향후 배출 기준 준수 여부 등 검증할 권한 없어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 성능 한계…“재정화 기술 부족”
한국 정부는 오염수 시료를 독자적으로 채취할 수도 없다. 일본 정부가 알프스를 잘 돌리고 있는지, 알프스에서 나온 오염수가 기준치를 넘는지 안 넘는지를 한국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현재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오염수를 잘 정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일본의 ‘선의’를 믿겠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국 정부가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일본 정부의 입장과 결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기준치를 넘는 70% 오염수를 알프스에 여러 차례 다시 통과시키는 ‘재정화’ 작업을 해도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재정화 대상 오염수는 현재 약 90만t에 이른다. 도쿄전력은 2020년 9월 오염수 2000t으로 재정화 시험을 했지만 이후 재정화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재정화를 위한 기술적 노하우가 크게 부족하다는 뜻으로, 당초 오염수를 확실하게 걸러 바다에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소장은 “알프스는 경제성도, 성능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장비”라며 “일본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보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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