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 여성단체, 박원순 다큐 규탄... 親野단체는 빠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여성환경연대 등 46개 여성단체는 2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의 개봉을 철회하라고 했다. 여성 단체는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멈추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다큐는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주도해 만들었고, 박 전 시장 사망 3주기를 앞둔 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성추문에 휘말렸던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오히려 그가 피해자라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에서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입은 직장 성희롱 피해가 사실임을 인정했음에도, 가해자 주변인들이 다큐를 개봉하겠다고 예고하며 피해자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며 “박원순의 잘못을 책임지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박원순의 과(過)를 지우려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만 멈춰달라”며 “해당 다큐멘터리의 개봉 취소를 요구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1년 피해자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다큐 제작에 나선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하 직장갑질 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위원장은 “가해자는 죽었지만, 망령이 돼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다”며 “박원순이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으며, 그는 성폭력 가해자이고 피해자의 노동 환경을 지옥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왜 피해자의 일할 권리,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 잊힐 권리,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느냐”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한 여성 노동자의 살아갈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비서실에서 일했던 이대호 전 서울특별시 미디어비서관은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비난과 신상 유포, 불필요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2차 가해가 매듭지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 큰 절망감을 느꼈다”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행위는 피해자 삶의 의지를 꺾는 행동”이라고 했다.
여성 단체 관계자들은 “변론이 아니라 변명이다” “변론은 끝났다. 2차 가해를 멈추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뤄진 ‘첫 변론’ 개봉 규탄 온라인 서명 운동에 760명의 시민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250여 명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은하 위원장, 이가현‧이소윤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대표적 여성 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하지 않았다. 1987년 출범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과거 한국 여성 운동을 주도하던 곳이었다. 이 단체 대표를 지냈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과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이었던 김상희 의원이 공동대표를 지냈다. 박원순 다큐 제작진은 여성 단체들의 반발에도 영화 상영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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