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이어 디샌티스도 “美출생자에 시민권 주는 제도 폐기”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영토 출생자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의 폐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26일(현지 시각) 밝혔다.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말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되면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멕시코와의 국경 도시 텍사스주 이글패스에서 불법 이민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면서 “불법 입국 외국인의 자녀들도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 시민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발상을 끝내기 위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의 미래 자녀들에게 시민권이란 상을 주는 것이 불법 이민의 주된 동력”이라며 “수정헌법 14조의 원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과 의회가 마침내 이 실패한 정책을 다루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디샌티스는 “(미국) 국경을 넘어 이틀 후 태어난 아이라도 미국 시민권자가 된다는 발상은 수정헌법 14조의 본래 취지가 아니므로 이를 분명히 밝히도록 하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출생 시민권은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해 미국의 관할권에 있는 모든 이는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1898년 연방대법원이 이 조항을 인용해 미국 태생인 중국 이민자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해 준 이래, 125년 동안 미국 사회에서 출생 시민권은 ‘헌법적 권리’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행정명령을 통해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며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8년에도 출생 시민권을 없애는 행정명령을 내놓겠다고 말한 적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법원’ ‘의회’를 언급한 건 행정부 수준의 조치를 넘어 헌법 개정이나 해석 변경, 법령 제정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런 디샌티스의 입장이 트럼프보다 더 강경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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