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마트 노동자 숨져‥동료들 "더워도 냉방기 안 켠다"
[뉴스데스크]
◀ 앵커 ▶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주, 한 대형마트 외부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갑자기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30도가 넘는 날씨에 냉방 시설도 없는 곳에서 온종일 노동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동료들은 마트 측이 폭염에 대처하지 못해서 벌어진 비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백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하남의 한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
지난 19일 저녁 7시쯤 이곳에서 쇼핑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31살 김 모 씨가 숨졌습니다.
오전 11시부터 내내 일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주차장 한 켠에서 잠시 쉬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습니다.
이날 하남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동료 직원 A씨] "쇼핑을 오는 손님들마저도 '어 여기 왜 이렇게 더워' 할 정도로 (주차장 기온이) 굉장히 높아요."
주차장 한 개 층에서 매시간 쏟아져나오는 쇼핑카트는 200개 안팎.
이걸 쉼 없이 매장 입구 쪽으로 옮기는 게 김 씨의 일이었습니다.
사망 이틀 전 그가 동료에게 보낸 휴대전화 캡처 사진.
오전 11시부터 밤 9시 무렵까지 총 4만 3천 보를 걸었다고 기록됐습니다.
철제 카트 여러 개를 한 묶음으로 밀고 다니며 근무 시간 내내 26km를 움직였던 겁니다.
김 씨가 일하던 주차장은 벽면 전체가 뚫려 있어 햇볕과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동료 직원 B씨] "에어컨은 원래 안 틀어요. (외부로) 열려 있다 보니까."
실외에서 쓰는 공기 순환 장치마저 늘 돌아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동료 직원 C씨] "아끼신다고 냉방비도 많이 줄이셨어요. 가동 시간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이렇게 해놓으시고‥"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면서 냉수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게 공간은 없었을까.
이곳은 회사가 주차장 근무자들을 위해 마련한 5층에 있는 휴게실입니다.
여기서 숨진 근무자가 일하던 1층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가보겠습니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면 4분 넘게 걸립니다.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 휴식시간에 다녀오기엔 너무나 먼 거립니다.
[동료 직원 D씨] "여기(5층)까지 올라가면은 거의 (휴식시간이) 끝나버리니까 그냥 거기 안 가고 거기서 안 쉬는 편이죠."
폭염 대비가 부실하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트 측은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00 마트 관계자] "저희가 이런 공식적인 인터뷰 같은 걸 못하게 돼 있어요. 정식 절차를 저희 본사 통해서‥"
정부는 폭염주의보 발령 시 옥외노동자에게 1시간마다 10분에서 15분씩 휴식시간을 주라고 하지만, 권고에 그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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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이종혁, 김승우 / 영상편집 : 임주향
백승우 기자(100@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97717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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