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자연스레 죽어가는 게 생명 본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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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일본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기록이 담긴 유고집이 출간됐다.
오는 28일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사카모토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인 2022년 7월부터 세상을 떠나기 한 달여 전인 올해 2월까지 일본의 한 문예지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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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것으로 저의 이야기는 일단 마칩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일본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기록이 담긴 유고집이 출간됐다.
오는 28일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 동시 출간되는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사카모토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인 2022년 7월부터 세상을 떠나기 한 달여 전인 올해 2월까지 일본의 한 문예지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책이다.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창작 활동을 놓지 않았던 그의 기록에는 음악과 예술,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녹아있다.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p.46)
2020년 12월, 사카모토 류이치는 오래 자신을 괴롭혀온 암세포가 폐와 간, 림프에도 전이돼 치료를 받아도 5년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이 50%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20시간에 걸친 첫 대수술 직후 그는 소속사를 통해 이같이 전하며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닌, 암과 '살아가는' 것을 택하며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인다.
"자연스럽게 살다 자연스럽게 죽어가는 것이 동물 본래의 순리이자 생명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인간만이 거기에서 벗어나 있죠."(p.45)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 음악까지 직접 정할 정도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 그였지만, 남은 생의 소중함을 허투루 여기지는 않았다.
시한부 판정 후 첫 수술을 받은 그는 자신이 음악에 참여한 영화 '마지막 사랑'의 대사기도 한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자주 읊조렸다고 한다.
얼마 보지 못할 보름달을 탐닉하듯 그는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 중에도 예술과 창작의 기회를 놓지 않고 이어갔다.
2021년 초 도쿄의 임시 거처에서 요양하면서 "뭔가를 만들겠다는 의식도 없이, 그저 소리를 마음껏 느끼고 싶어"(p. 353) 마치 일기를 쓰듯 신시사이저와 피아노 건반을 치며 음악을 기록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2023년 자신의 생일에 '12'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발매했다.
2022년 9월에는 직접 스튜디오를 빌려 피아노 솔로 공연을 녹화했고, 숨을 거두기 약 열흘 전인 2023년 3월 19일 기흉으로 병원에 응급 이송된 와중에도 자신이 지도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을 원격으로 지켜봤으며 7월 중국에서 열릴 전시를 위한 원격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환경 운동과 지진 피해 복구, 전쟁 반대 등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는 "내게 팔 수 있는 이름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p.330)는 정치적 신념도 드러냈다.
2015년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음악감독을 맡았을 당시 이냐리투 감독과 음악을 두고 이견이 생기자 자신의 뜻을 밀어붙여 좋은 반응을 얻은 일화부터 음악과 전시 작업에 담긴 그의 철학 등 30여년간의 음악적 여정에 대한 회고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 집필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를 대신해 잡지 '지큐 재팬'의 스즈키 마사후미 편집장이 전한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과 유족 측이 제공한 사카모토의 마지막 일기 일부도 그대로 담겼다.
황국영 옮김. 396쪽.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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