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새벽 궁금해 10년 동안 매일 6시20분에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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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하루도 빼지 않고 출근길의 특정 장소에 섰다."
대목수 정명식(46) 사진가가 쓴 작가 노트는 '특정 장소'인 창덕궁에 갔을 때 설렜던 기억으로 시작된다.
정 작가는 "궁궐 앞에 관람객들이 서 있으면 사진에 방해된다고 생각해 관람이 없는 '휴궁'일 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빈 궁궐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나 가족 등 시민들이 들어 있는 궁궐의 풍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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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내달 29일까지 개인전
새벽녘 궁 보여주는 34점 전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하루도 빼지 않고 출근길의 특정 장소에 섰다.”
대목수 정명식(46) 사진가가 쓴 작가 노트는 ‘특정 장소’인 창덕궁에 갔을 때 설렜던 기억으로 시작된다. 문화재청 대목수에 지원해 합격한 그는 2011년 5월2일 사무실이 있는 창덕궁으로 처음 출근했다. 창덕궁은 조선 궁궐 중 임금들이 가장 오랫동안 거처했던 곳이다. “첫날은 입궁 기념으로, 둘째 날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내기 위해, 셋째 날부터는 새벽녘 궁궐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일 새벽 6시20분 창덕궁에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정 작가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 직영보수단 시설직 주무관이다. 직영 보수단엔 대목, 소목, 미장공, 와공, 드잡이공 등 내로라하는 한옥 건축 전문가 40명이 일한다. 궁궐이나 사찰, 가옥을 짓는 대목수인 그는 첫 출근 이후 새벽마다 궁궐을 만났다. “날마다 새벽 6시20분 창덕궁 일원의 새벽을 포착했다…거의 오차 없는 위치에서 포착한 고궁의 새벽들이 모이자, 놀랍게도 다름과 같음이 만드는 리듬이 보인다.” (류승민·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정 작가는 “기울어진 대들보를 곧추세우고 갈라진 틈을 메꾸는” 목수여서 궁궐 지붕에 오를 기회가 많다.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그는 일반인이 보기 힘든 궁궐의 새벽 풍경과 사계절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았다. “10년간 약 10만 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궁궐의 변화를 나만의 시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일상적인 관점으로 사진을 찍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정 작가의 말이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호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외고조 할아버지부터 외증조, 외할아버지까지 대목수여서 목수 디엔에이(DNA)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삼촌한테 받은 ‘외할아버지 연장’ 중 절반 이상을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박물관에 기증하고, 대패와 대자귀 등은 그가 보관하고 있다. 그는 “백일 때부터 어머니가 해남 대흥사 ‘절집’에 데리고 가셨다. 어린 시절 절에서 놀던 기억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대학 때 고건축 답사 동아리에 들어가 사찰과 한옥을 찍은 사진 필름을 암실에서 직접 인화했다.
정 작가의 초대전이 7월29일까지 광주의 문화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열린다. 초대전을 기획한 이당금 대표는 “한국의 아름다운 궁의 곡선적 자태, 단단한 박석에 박힌 욕망의 품계석, 산사의 다비식, 청동 종을 매단 꼬임 줄, 나비의 소멸이 보여주는 우주의 파편까지 볼 수 있는 작품 34점을 골라 전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1000여컷 대형 프린트인 도 처음 선보인다.
그는 2013년 ‘원형질’을 시작으로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개인전 7회, 단체전 30여 회를 열 정도로 사진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 작가는 “궁궐 앞에 관람객들이 서 있으면 사진에 방해된다고 생각해 관람이 없는 ‘휴궁’일 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빈 궁궐보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나 가족 등 시민들이 들어 있는 궁궐의 풍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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