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천재 타자가 지금은 김하성보다 못 치다니… 이상한 미스터리 벌어진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5년 총액 8500만 달러(약 1106억 원)에 계약한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는 공‧수‧주에 워낙 균형이 잘 잡힌 선수였다. 일본과 미국의 수준 차이는 있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해도 크게 실패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기본은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콘택트도 나쁘지 않았고,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는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선수였다. 걸음도 느리지 않았다. 유인구에도 방망이가 힘없이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른바 타석에서의 참을성도 좋았다. 수비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다 평균 이상이었다.
실제 스즈키의 지난해 세이버 성적을 보면 긍정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많았다. 타구 속도도 리그 평균 이상이었고, 하드히트나 배럴타구 비율도 그랬다. 존 바깥으로 나가는 공에 대한 참을성은 상위 10%였다. 어깨도 강했다. 그런데 타격 성적은 거기에 따르지 않았다.
스즈키는 지난해 111경기에서 타율 0.262, 14홈런, 46타점, 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70을 기록했다.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었지만 세부 지표에 비하면 다소 모자란 숫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단 미국 무대 첫 시즌이니 적응의 시간도 필요했고, 또 중간에 부상도 있었으나 참작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중 부상도 없었고, 나름대로 건강하게 뛰고 있으며, 적응도 됐는데 타격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 스즈키의 연착륙을 확신했던 컵스 팬들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스즈키는 시즌 61경기에서 타율 0.257, 6홈런, 26타점, OPS 0.742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 비해 리그 평균 대비 OPS가 크게 떨어졌다. 5월까지는 좋았는데 6월에 너무 긴 슬럼프가 진행 중이다. 이제 6월도 다 끝나기는 마당에 스즈키의 6월 타율은 0.184에 불과하고, 홈런은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6월 OPS는 0.484로 8500만 달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오히려 내야수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보다도 공격 생산력이 떨어진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 김하성은 109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외야수인 스즈키가 104에 머물고 있다. OPS는 스즈키가 소폭 높지만, 구장 보정 등이 반영된 결과다. 김하성은 주로 중앙 내야(유격수‧2루수)를 보는 선수고, 스즈키는 수비 부담이 훨씬 덜한 우익수다. 이 정도 공격 수치로는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스즈키의 세부 지표는 타격이 급락한 6월에도 그렇게 폭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즈키는 여전히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고, 타석에서의 참을성도 좋은 편이다. 볼넷 비율도 괜찮다. 잘 뛰고, 어깨도 좋고,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 장점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를 종합한 타격 성적이 안 나온다.
‘베이스볼서번트’의 집계에 따르면 스즈키의 올해 평균 타구 속도는 92.5마일로 지난해 89.6마일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평균 타구 속도는 백분위로 봤을 때 리그 상위 8% 수준이다. 엄청 좋은 수치다. 하드히트(95마일 이상 타구) 비율도 지난해 41.3%에서 올해 50.6%로 좋아졌다. 삼진 비율이 지난해와 거의 같은 반면, 볼넷 비율은 9.4%에서 11.2%로 더 좋아졌다.
즉 세부지표로 봤을 때 스즈키의 타격 성적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올해 그렇지 않다. 얼핏 보면 미스터리다.
타구 방향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스즈키는 지난해보다 올해 잡아당기는 타구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지난해 스즈키의 잡아당긴 타구 비율은 28.3%였다. 스프레이 히터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올해는 이 비율이 39.8%까지 늘었다. 그리고 땅볼도 40.7%에서 44%로 높아졌다. 잡아당긴 타구와 땅볼이 많아질수록 타구 속도 자체는 좋아질 수 있다. 강한 타구가 늘어난 반면, 안타가 될 확률이 희박한 약한 타구도 같이 늘어났다. 중간이 비어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스즈키의 세부 지표를 들어 곧 반등할 것이라 점치기도 한다. 실제 타율 0.317, OPS 0.977을 기록한 5월 성적은 기가 막히게 좋았다. 스즈키의 능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난해에도 월별 기복이 심했던 만큼 7월부터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퐁당퐁당 흐름이 반복되는 것도 분명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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