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준 셀틱 이적설에 또 등장한 단어 ‘대승적’?

이준희 2023. 6. 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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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선수의 유럽 구단 이적설이 불거질 때마다 변함없이 등장하는 단어 하나가 있다. 바로 '대승적'.

'대승적'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대승적
"사사로운 이익이나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K리그 구단들을 향해 '이젠 자생해야 한다', '수익을 내야 한다'라고 늘 외치지만 이적 시장만 열리면 이러한 주장들은 사라지기 일쑤다.

유럽 이적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밤샘 협상', '줄다리기', '상황 급변' 이런 단어들은 유럽 구단을 향한 협상 무대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협상'보다 '조르기'가 더 어울리는 게 현실이다.

K리그를 뒤흔든 특정 선수가 유럽 구단의 오퍼를 받을 때마다 '한국 축구 발전'이라는 그럴 듯한 이유로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를 유럽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어김없이 형성되곤 한다. 그런데 이 여론은 보통 해당 이적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자'가 만들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현실은 대승적 프레임이 아니면 선수 이적에 소극적인 K리그 특성상 유럽 진출에 장벽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엔 2022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강원FC의 양현준이 바로 이 '대승적' 프레임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이 양현준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강원 구단의 반대로 양현준의 유럽 진출이 무산될 위기다." 그리고 "강원은 창창한 선수의 앞길을 막는 나쁜 구단이다."

그런데 대승적이라는 프레임을 한 겹 걷어내고 바라보면 상황은 정 반대다.

셀틱 구단과의 협상의 문을 다시 연 건 강원 김병지 대표였다. 사실 강원 구단은 처음 셀틱의 영입 제안이 왔을 때 이를 거절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선수 출신 김병지 대표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축구 선수에게 유럽 무대 진출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김 대표는 셀틱과 다시 협상을 해보자고 강원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설득했고, 어렵사리 다시 닫힌 문이 열렸다.

단, 강원은 현재 구단이 강등 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이적 후 재임대'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이적' 두 가지 안을 양현준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양현준 측은 이 두 안을 모두 거절했고, 오로지 이번 여름 이적을 강력히 요구했다. 입장이 충돌하자 결국 협상은 멈췄고, 서로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강원 김태주 단장은 "양현준은 강원 구단과 2025년까지 계약된 강원 선수다. 양현준에겐 현재 바이아웃 조항도 없다. 우리는 양현준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왜 에이전트가 셀틱 구단에는 아무 말을 못 하고 우리에게만 양보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속 선수의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뤄주고자 하는 양현준의 에이전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시즌 끝나고 연봉 재협상을 했는데, 바이아웃을 설정하지 못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셀틱 구단과 이야기를 안해본 것은 아니다. 선수단 재편에 들어간 셀틱 구단은 당장 양현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겨울까지 양현준 자리를 비워둘 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하며 지지부진한 협상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자 마자 전북 현대의 조규성에게 쏟아졌던 유럽 팀들의 강력한 구애. 하지만 전북이 조규성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았고, 수원 삼성의 오현규가 그 틈을 비집고 지난 1월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7골을 집어넣으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이처럼 K리그 선수들을 향한 유럽 구단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 1에서 리그 11위에 머무르며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강원 구단으로선 팀내 최고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양현준을 쉽사리 유럽 무대로 이적시키기엔 전력 손실이 너무 크다.

반면 양현준 측은 작년 MLS 미네소타의 이적 제안이 왔을 때 구단 설득으로 한발 물러선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유럽 진출 기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양현준의 사례가 다른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어 강원 구단과 양현준 양측의 현명한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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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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