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9년만 연극, 달라진 건 없어요…연기는 똑같죠"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연극을 한다고 달라진 건 없어요. 제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 연극으로 다시 왔을 때 (통용)되는지 보고 싶었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카지노', 영화 '범죄도시2' 등으로 큰 인기를 끈 배우 손석구가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2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열린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연기는) 똑같다. 연극을 위해 연기 스타일을 바꾼 건 없다"고 말했다.
"처음 연습할 땐 다르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곧바로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연극과 매체(드라마·영화) 연기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 '범죄도시2' 영화를 찍었지만, '나무 위의 군대'와 차이점을 물으면 이야기가 다를 뿐 영화와 연극 장르를 먼저 생각하진 않아요. 공연장엔 관객이 있지만 촬영장의 감독님이나 스태프들과 같다고 생각해요."
'나무 위의 군대'는 1945년 4월 태평양 전쟁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전쟁 경험이 풍부한 본토 출신의 '상관'과 오키나와 출신으로 전쟁을 처음 겪는 '신병'이 대립하며 인간의 본성에 직면하는 이야기다.
손석구는 그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고 싶은 '신병' 역을 맡았다. 적군의 식량을 먹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상관과 대립하며 손석구 특유의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실제 아르빌 자이툰 부대에서 6개월간 이라크 파병 생활을 했던 그는 "상황이 달라서 그 경험이 도움 되는 건 없었다"고 했다.
"신병은 군인의 옷을 입고 있지만, 군인의 정신은 탑재되지 않은 순수한 청년에 가까워요. 제 개인적 경험이 들어올 자리는 없었죠. 신병 캐릭터는 여태까지 제가 해왔던 역할과 달라요. 나이나 정서적으로 맑고 순수한 사람이죠. 그 점이 괴리가 있어서 저처럼 때 묻은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컸죠."
그러면서 "제가 본래 손발을 안 쓰면 대사를 잘 못 외운다"며 "카메라 앞에서도 몸을 적극적으로 쓰는 편이라 (무대 위 몸 연기가) 어렵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상관 역의 이도엽은 "처음엔 손 위치 등이 어색했는데 무대 동작을 하려고 하지 말고 평상시 매체에서 하듯 편안히 하라고 다이아몬드 같은 조언을 해줬다. 손석구를 제가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계기도 이도엽과의 인연이 컸다. 손석구는 2019년 방송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촬영 당시 이도엽과 친분을 쌓았고, 연극계에서 오래 활동해온 그에게 연극을 하고 싶다고 누누이 말했다.
"벌써 4~5년 전이네요. 연극은 이전부터 하고 싶어서 시도했는데 여러 이유로 불발됐어요. 이번에 도엽이 형이 제작사 대표님을 소개해줬죠. 2인극을 해보자고 얘기를 나눴고, 여러 대본을 많이 봤는데 이 작품이 현 시대에 관객들이 볼 때 가장 땅에 붙어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로 호흡을 맞췄던 최희서도 출연한다. 영화 '동주', 드라마 '비밀의 숲2',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에 출연한 그는 두 병사 곁의 신비로운 존재 '여자' 역을 연기한다.
최희서는 "저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9년 전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원씩 통장에서 꺼냈다. 돈이 없어서 대학로 소극장에서 5일 정도밖에 공연을 못 했지만 즐거웠다"며 "가끔 만나 연극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여자 역은 해설자인 동시에 나무의 혼령 같은 존재예요. 내레이션도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무대에 서 있느냐가 걱정이었죠. 초인간적인 형태로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갈까 연구했어요."
민새롬 연출은 "기가 막힌 캐스팅"이라고 했다. "손석구 배우는 믿음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 그 통증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최희서 배우는 작품에 대한 주제 해석력이 뛰어나다. 두 상관인 이도엽 배우와 김용준 배우는 믿음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각각 유리잔과 뚝배기가 깨지는 느낌으로 서로 다른 결을 표현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작품은 매일매일 삶에서 믿음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건 가족일 수도 있고 직장, 지역사회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응답받지 못한 상태로 균열이 가고 무너지는 경험을 모두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비극인 이유는 끔찍한 죽음도 있지만, 뼛속까지 서로 다른 믿음을 갖고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게 진짜 참상이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오는 8월12일까지 공연한다. 당초 8월5일까지였으나, 8월8일부터 일주일간 연장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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