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학회장 '세슘우럭' 발언에 식약처 국장 "먹지 않는게 맞아"

조현호 기자 2023. 6. 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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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외교원 토론회 "먹어도 0.01밀리시버트정도, 두 번 세 번 먹겠나"
식약처 국장 "기준치 180배 넘었으니 먹지 않아야" 반박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국립외교원 주최 토론회에서 기준치 180배의 세슘이 검출된 후쿠시마산 우럭을 먹어도 방사선량이 0.01밀리시버트(기준치 연간 1밀리시버트) 정도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다. 이에 우리 정부 식약처 담당 국장이 먹지 않는 게 맞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일부 공개된 토론회 영상을 보면 백원필 회장은 지난 26일 오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외교안보연구센터가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 어떻게 볼 것인가?'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백 회장은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진 오염수를 두고 “이걸 5리터나 10리터 정도 마셔야 엑스레이 한번 찍는 그 양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특히 이른바 기준치 180배의 세슘이 검출된 후쿠시마 우럭을 두고도 “설령 그걸 먹었다고 치더라도 0.01밀리시버트 정도를 받게 된다. 계산해 보니까”라며 “근데 우리가 그걸 먹을 리도 없지만 그런 우럭을 두 번 먹겠습니까 세 번 먹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마치 한 번 정도는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들리는 발언이었다.

여기서 0.01밀리시버트라는 방사선량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권고하는 연간 방사선 노출 기준치 1밀리시버트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방사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들마다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워 안전성 여부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돼왔다.

▲MBC가 26일 뉴스데스크에서 백원필 원자력학회장이 국립외교원 주최 후쿠시마 오염수 토론회에서 세슘우럭을 먹어도 방사선량이 0.01밀리시버트 밖에 안된다고 한 발언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슘 우럭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우영택 식양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일일 브리핑'에서 백 회장의 세슘 우럭 섭취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이정주 CBS 기자 질의에 “우리가 먹는 음식물과 관련해서 식약처가 안전기준을 다 정하고 있다”며 “세슘은 100㏃(베크렐)로 정하고 있고 어떠한 맥락과 분위기에서 어떠한 취지로 그러한 말씀을 하셨는지 알지 못하지만 먹는 것과 관련해서 우리 식약처가 정하고 있는 기준을 넘는다면 먹지 않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슘 180배는 기준이 넘는 것이냐는 이어진 질의에 우영택 국장은 “세슘의 기준은 100㏃이고, 180배를 넘었다고 했으니까 우리 식약처가 정한, 먹는 음식에 대한, 수산물에 대한 안전기준치를 초과했다면 먹지 않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해명하고 나섰다. 박 차장은 “이걸 드시라 마시라 하는 맥락의 발언이 아니고 K4 탱크 내에 저장되어 있는 오염수, 우럭이 180배 정도 초과를 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담겨 있는 방사선량이 핵종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다른 것과 비교 설명을 하면 대충 이런 정도의 인체에 영향을 주는 피폭량을 비유적 설명을 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백 회장의 발언을 해명했다. 박 차장은 다만 “정부가 그것을 식용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적 설명을 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깔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구연 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 오염수 해양방류가 현실적이라고 발언했다가 일본을 대변한다는 호된 뭇매를 맞았다.

박 차장은 지난 26일 오전 브리핑에서 '정부나 여야 정치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재산과 생명과 직결되니 국민적 입장에서 봐야 하는데, 대안은 정말 없는 것인지, 고체화하거나 콘크리트화시켜서 오염수를 대안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KQ뉴스 기자 질문에 “(이미) 2010년대 중후반에 4년 넘게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며 “그런 (결정) 과정을 통해서 현재의 방류 방식이 과학적 선례나 여러 가지 측면, 또 안전성 측면을 종합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라고 이미 IAEA와 협의를 거쳐서 현재 안으로 확정이 되어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우영택(맨 오른쪽) 식약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에서 백원필 원자력학회장의 세슘우럭 발언을 두고 먹지 않는게 맞는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박 차장은 “그런 배경하에, 기조하에서 지난 정부에서부터도,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 방류 자체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이루어질 거냐, 여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단계”라며 “그런데 그걸 지금 다시 7~8년 전으로 돌아가서 논의를 꺼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국제적인 관점에서 방류 자체를 다시 되돌려 공식적으로 IAEA 등에 제안하는 것은 그렇게 신의성실 원칙상 맞지 않는 태도”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한겨레는 27일자 사설에서 “일본 정부 방침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며 “마치 '후쿠시마 오염수 홍보단' 같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박 차장의 발언을 지목해 “일본과 관계 정상화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일본 정부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모습”이라며 “일본 정부 입장과 똑같이 방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7일 일일브리핑에서 “국익을 우선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반대로 일본 정부의 입장만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정부는 핵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본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홍콩의 결기를 좀 보고 배우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일본 대변인실 같다는 국민들의 비아냥을 흘려듣지 않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박구연 1차장은 이에 27일 브리핑에서 전날 자신의 발언을 재차 해명했다. 박 차장은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언론 등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처분방식 결정 과정을 설명한 것을 두고 마치 일본 측을 대변한다는 등의 비난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어제 설명은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다른 대안을 왜 요구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간 경위 설명과 함께 우리 정부가 과학적인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있고, 이는 지난 정부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이미 결정된 사항임을 말씀드린 것이지 일본 정부를 옹호하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차장은 “다시는 이와 같은 부당한 비난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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